대통령 소통의 출발점은 언론
국민 대변하는 질문에 답해야
오바마, 8년간 158차례 회견… 박근혜, 4년간 4차례뿐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선출될 차기 대통령은 대내외의 경제·안보·사회적 난제를 헤쳐나가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창조하기 위한 개혁 작업에 매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미래지향적 비전과 잘 짜인 공약도 중요하지만 국민과 함께하는 공감형 대통령 리더십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차기 대통령이 꼭 갖춰야 할 국정운영 및 소통방식에 대해 국민의 목소리를 문화일보 대선 자문위원회 교수들의 제언을 통해 전한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퇴임식에서 “기자들의 날카로운 질문이 나를 단련시켰다”고 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8년 재임 기간 모두 158차례 기자회견을 했고 매번 한 시간 넘도록 기자와의 즉문즉답에 임했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4년여 동안 공식 기자회견은 지난 1월 비공식 기자회견을 포함해 단 4회에 그쳤고 그나마 짜인 각본에 따른 회견이었다. 박 전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소통하고 주위를 경계하고 단련했다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차기 대통령을 꿈꾸는 분들이 모두 ‘소통’을 강조한다. 그러나 어떻게 소통을 할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대통령의 소통 출발점은 언론과의 관계다.
차기 대통령은 우선 기자회견을 정례화해야 한다. 매월 1회 정도 일문일답이 포함된 기자회견을 해야 한다. 최근 미디어 환경이 변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고 SNS 역시 특정 세력의 공감대 확인에 그칠 수 있다. 따라서 국민의 위임을 받아 소리 없는 국민 목소리까지 대변하는 언론의 질문을 들어보기 바란다. 그리고 대다수 국민이 접근할 수 있는 뉴스 미디어를 통해 국민이 궁금해하는 질문과 문제에 대해 답해야 한다.
차기 대통령은 기자회견의 각본을 없애야 한다. 기자회견을 이벤트가 아닌 소통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기 위해 내용과 순서를 정해 입맛에 맞는 질문만 받는 기자회견은 과감하게 포기해야 한다.
공직자가 듣기 싫은 소리를 하는 곳이 언론이다. 대통령과 다른 생각을 전달하는 사회 시스템이 언론이다. 공적 영역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언론을 피해선 안 된다.
매달 속이 뻥 뚫리는 ‘사이다’ 질문에 곤혹스러워하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 거침없는 질문에 때론 당황도 하고 본인이 모르면 “아직 잘 모르겠다”거나 “검토해 보겠다”고 솔직하게 답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고 싶다. 모든 것을 다 아는 척하는 대통령은 오히려 신뢰가 가지 않는다. 모르면 담당 전문 비서관들이 답변하게 하고 결정이 어려우면 더 검토하겠다고 하면 된다. 본인과 본인의 정책에 대한 문제 제기를 경청하는 대통령의 모습이 자주 TV와 신문에 등장하면 좋겠다. 어려운 질문에 당혹스러움을 보이면 지는 것이고 권위를 상실하는 것이라면서 언론이나 국민과 거리를 두게 하는 참모들이 있다면 오히려 그들을 멀리하기 바란다.
국민과 함께하려는 진정성만 있다면 그런 모습이 오히려 박수와 응원을 받을 것이다. 소통은 신뢰에 기반을 두어야 하고 신뢰는 투명성 확보에서 형성될 수 있다. 그동안 대통령이 제대로 질문을 받지 않고 답변도 하지 않으면서 수많은 추측을 낳았고 결국 지도자와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키웠다. 지금 국민은 국민에게 다가와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지도자를 원한다. 평범한 국민이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일이 바로 그 권력에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질문을 대신하여 수행하는 가장 책임 있는 기관은 여전히 언론이다.
차기 대통령은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국민과의 소통에서 언론이야말로 중요한 동반자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껄끄럽다고 언론을 우회해 자신이 할 말만 하고 언론이 전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면 안 된다.
양승찬 숙명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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