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명성황후’를 만들어 20년 동안 뚝심 있게 무대에 올린 윤호진 에이콤 대표를 국내 뮤지컬 프로듀서 1세대, 2001년 ‘오페라의 유령’을 필두로 ‘캣츠’ 등의 라이선스를 들여와 국내 뮤지컬 시장 확장에 기여한 설도윤 설앤컴퍼니 대표와 ‘시카고’ ‘아이다’ 등 유명 작품의 레플리카(복사본)부터 ‘아리랑’ 같은 대형 창작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박명성 신시컴퍼니 예술감독을 1.5세대라고 하면,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는 2세대쯤 된다. 2010년 이후 중소 제작사들이 급격하게 늘어나 연 400∼500개의 공연이 올라가고 매일 밤 극장이 관객들로 꽉 들어차지만, 2010년 이전에만 해도 이들 4개 기획사에서 만든 작품들이 전체 시장의 70% 이상을 점할 정도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신 대표는 한때 자신의 스승이었던 설 대표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큰 그림을 그리셨던 분”이라며 “비슷한 면이 많고 닮았다고 하는데, 정말로 닮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약간 다른 그림을 그리며 살아왔다”고 덧붙였다. “‘지킬 앤 하이드’와 ‘맨 오브 라만차’처럼 해외 유명 작품을 들여와 내 색깔을 넣고 싶었어요. 물론 잘 만들어야죠. 원작보다 더 훌륭하게요. 그런 꿈을 이룰 수 있게 시장을 만들고, 길을 터준 게 앞서간 선배들이죠. 그래서 요즘 입성하는 후배 제작자들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거고요.”
신 대표는 한국인 최초로 미국 브로드웨이리그 정회원에 가입한 유일한 프로듀서다. 영화 현장에 있을 때는 ‘칸’을 꿈꿨고, 지금은 매일 뮤지컬계 아카데미로 불리는 토니상 수상을 꿈꾼다. 그러나 브로드웨이가 ‘꿈’은 아니다. 이미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할러 이프 야 히어 미(Holler if ya hear me)’ ‘로키’ ‘닥터 지바고’ 등의 작품을 통해 브로드웨이에서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흥행 성적이 썩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2012년 입성한 후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그는 “브로드웨이가 이제 꿈의 장소가 아니라, 치열함의 땅이 됐다”고 했다.
현재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공연 중인 지킬 앤 하이드는 월드 투어용으로 제작했다. 이 작품은 본래 브로드웨이에서 탄생했으나 크게 흥행하지는 못했다. 이를 신 대표가 라이선스로 들여와 조승우를 앞세워 재창작했고, 한국판이 가장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월드 투어용 공연에는 오디션을 통해 선발한 브로드웨이 배우들이 출연한다. 미국에서의 꾸준한 경험이 안겨준 ‘역수출’ 아이디어. “콘텐츠의 생명은 결국 확장성이죠. 이를 위해 브로드웨이에서 성공하려는 거예요. 한국을 벗어나 아시아 투어, 월드 투어를 해야만 뮤지컬 장르의 한계를 극복할 길이 열립니다.”
박동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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