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문재인(왼쪽부터)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이 28일 부산 KNN방송국에서 영남권 TV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문재인(왼쪽부터)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이 28일 부산 KNN방송국에서 영남권 TV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뉴시스
- 민주당

각종 의혹 관련 정당한 검증도
네거티브 공세로 몰아붙이기도
유례없는 선거인단 모집에도
모바일경선 채택…감동 못줘

친문 패권주의 논란 확산 등
분열 우려·지도부 비판 고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은 214만 명의 선거인단을 모집하는 등 외형상 큰 성과를 거두었다. 사실상 대선 본선이라는 평가를 받는 만큼, 후보 간 경쟁도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내용에 있어서는 규모에 걸맞은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칫 검증, 화합, 감동이 없는 3무(無) 경선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사건’의 후폭풍 속에 치러지는 이번 대선은 어느 때보다 철저한 후보 검증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민주당 경선에서 검증은 미미한 수준이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지지 모임 대학생 동원 및 금품 제공, 안희정 충남지사 측 지지자 명단 조작 등에 대해 검찰 고발 조치를 했지만 민주당 후보 캠프는 이에 대한 언급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몇 차례 문제를 제기했지만, 경선의 주요 이슈가 되지 못하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에서 문 전 대표 아들 취업 특혜 의혹 등에 대해 연일 의문을 제기하고 공세를 펴고 있지만, 민주당 내에서는 이 시장이 “졸업예정증명서가 뒤늦게 제출된 것은 해명이 필요하다”고 말한 게 전부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29일 “과거 경선과 비교했을 때 어마어마한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데 후보들과 당 지도부가 그냥 뭉개고 가고 있다”며 “정당한 검증마저도 ‘네거티브’ 공세로 몰아붙이는 잘못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경선 기간 내내 ‘우리는 원 팀(One Team)’이라는 말이 강조되고 있지만, 경선 후유증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크다. 안 지사는 지난 22일 “문재인 후보와 문재인 캠프의 태도는 타인을 얼마나 질겁하게 하고 정떨어지게 하는지 아는가”라고 SNS에 글을 올려 1위를 달리고 있는 문 후보 측에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경선 후유증 우려와 관련해서는 당 지도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크다. 현장 투표소 투표 결과 사전 유출 문제와 관련해서 안 지사와 이 시장 쪽에서는 당 선거관리위원장 사퇴, 지도부 사과 요구가 나왔지만, 이에 대해 선관위와 당 지도부는 “그럴 사안이 아니다”고 거부했다. 지난 1월 ‘개헌 저지 보고서 파문’과 관련해서도 당 지도부가 약속했던 책임자 문책 등의 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당 지도부의 태도 때문에 경선 기간에 당내 친문(친문재인) 패권주의 논란은 확산되고 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국민의당은 지도부가 경선 룰 협상에서 추격자인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요구를 대폭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민주당 지도부는 안 지사나 이 시장 쪽의 의견을 잘 들어주지 않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례 없는 대규모 선거인단을 모집했지만, 모바일 경선 방식이 전혀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경선 후보들은 지역 순회 경선에서 10분이 넘는 현장 연설을 하고 있지만, 이를 직접 듣는 선거인단이 선거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지난 27일 호남 경선을 기준으로 했을 때 체육관에서 투표한 대의원은 1395명으로 전체 유효 투표자의 0.6%에 불과했다. 후보들은 저마다 호남 유권자들에게 던지는 핵심 메시지를 준비해 왔지만, 이미 대부분의 선거인단은 전화기를 이용한 ARS 투표를 끝낸 상황이었다. 한 후보 측은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감동적인 현장 연설로 역전 드라마를 써나갔는데 모바일 경선은 이런 가능성을 오히려 봉쇄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바일 경선은 과거 체육관 선거에 비해 동원 가능성이 낮고 투표 참여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지난 2012년 대선 때부터 활용돼 왔지만, 동원 논란은 여전하고 전화기를 이용한 대리 투표 가능성 등 선거 원칙을 위배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모바일 선거 방식에 대해 “나쁜 의미에서 혁명적 변화”라며 “모바일 기구와 친숙한 그룹의 과다 대표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정치 선진국에서도 모바일 투표 방식으로 주요 선거 후보자를 결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차라리 체육관에서 줄을 서는 국민의당 방식의 경선이 더 신선해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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