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맨 오른쪽) 사이언스북스 대표, 노의성(오른쪽 두 번째) 주간과 편집부원들이 자신들이 좋아하는 책을 들어 보이고 있다.
박상준(맨 오른쪽) 사이언스북스 대표, 노의성(오른쪽 두 번째) 주간과 편집부원들이 자신들이 좋아하는 책을 들어 보이고 있다.
- ‘사이언스북스’ 20돌

1997년‘민음의 과학’서 독립
지금까지 666종 810권 출간
‘코스모스’ 30만부 이상 판매
과학 교양서 시장 붐 이끌어


“아직 20년입니다. 가야 할 길이 멀어요. 욕심은 많이 나지만 욕심 내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씩 단단하게 가고 싶습니다.”

‘과학의 대중화, 대중의 과학화’를 내걸고 출발해 이번 달 20주년을 맞은 과학 전문 출판사 사이언스북스의 박상준(46)대표가 밝히는 20년의 소감이다. 사이언스북스는 지난 1월 세상을 떠난 박맹호 민음사 창업자가 1997년 과학 기술이 우리 사회의 필수 교양이 될 것 이라는 앞선 생각에서 시작했다.

당시 민음사가 출간하던 대우학술총서 중에서 자연과학 파트를 따로 떼어 만든 ‘민음의 과학’ 시리즈에서 가능성을 확인하고 별도의 과학 브랜드로 출범시켰다고 한다.

두산 동아, 학원사, 범양사 등이 과학책에 관심을 갖고 내놓고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과학책이라면 청소년 교양물이나 종합 출판사의 백 리스트 중 하나로 여기던 시대였다. 지난해 알파고 파장을 계기로 급속하게 과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과학 교양서 붐이 일었으니 상당히 앞선 판단이었다. 다른 쪽에서 보자면 사이언스북스 등 과학 출판사들이 꾸준하게 과학책을 출간해 지금의 과학 교양서 붐의 토대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사이언스북스의 20주년은 민음사라는 종합 출판사 안에 있는 ‘한 브랜드의 20년’을 넘어 과학 교양서 시장을 이끈 중요한 힘의 20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001년 민음사에 입사하자마자 이과 전공이라는 이유로 사이언스북스에 배치돼 줄곧 과학책을 만들어온 노의성 주간은 “새로운 필자를 개발하고, 새로운 (과학)분야를 소개하며 새로운 독자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20년”이라고 돌아봤다. 실제로 책을 만들면서도 새로운 저자의 책을 내고, 책을 통해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과학 분야를 독자에게 알려줬다고 생각될 때, 과학책을 만드는 최고의 즐거움과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이언스북스는 1997년 환경 호르몬 문제를 제기한 테오 콜본의 ‘도둑맞은 미래’를 첫 책으로 낸 이후 지금까지 666종 810권을 출간했다. 그중에서 대표 선수라면 2004년 나온 뒤 30만 부 이상 팔리며 지금까지 과학 교양서 분야 1, 2위를 다투고 있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다.

2001년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지금은 궁리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는 이갑수 대표에 이어 사이언스북스를 맡게 됐던 박맹호 창업자의 차남 박상준 대표는 “‘코스모스’는 과학 책이 아니라 과학을 넘어 인간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며 “사이언스북스에서 나온 책 중에서 독자들에게 단 한 권만 추천한다면 망설이지 않고 ‘코스모스’를 권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코스모스’를 틈날 때마다 챕터별로 끊임없이 야금야금 읽고 또 읽고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생물학자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의 ‘개미제국의 발견’, 전상운 전 성신여대 총장의 ‘한국과학사’, 진화심리학자 전중환의 ‘오래된 연장통’ 등으로 국내 필자를 등장시키고,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의 ‘파인만 씨, 농담도 잘하시네!’, 사회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 스티븐 핑커의 ‘빈 서판’ 등을 통해 국내 독자에게 새로운 과학자와 분야를 소개했다.

“20년을 맞고 보니 좋은 출발을 해주신 아버님에게 너무 감사하다. 버팀목이 사라진 것 같고 지금도 믿기지 않고 그냥 멀리 출장 가신 것 같다”는 박 대표는 “열심히 책을 내온 직원들에게 감사하고, 우리 책을 써준 필자, 우리 책을 읽어준 독자에게 감사하게 된다”고 말했다.

앞으로 과학 콘텐츠를 종이 책뿐 아니라 전자책, 팟 캐스트, 유튜브, 오디오클립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전하겠다는 박 대표는 “우리 책뿐 아니라 과학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을 위한 가이드가 되는 출판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옆에서 노 주간은 “한국은 이제 과학이 필수 교양인 시대에 접어들었다. 앞으로 과학 출판 시장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며 시대가 그렇다 보니 과학 출판의 경쟁이 심해 제대로 하지 않으면 금방 뒤처질 것이라고 의욕을 더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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