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30일 오전 친박계 의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강남구 삼성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30일 오전 친박계 의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강남구 삼성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 헌정 첫 前대통령 영장심사

구속여부 결정 앞두고 신중
“결연한 의지, 불만의 표시”
일부선 ‘침묵 메시지’ 분석

출두장면 이목집중에 ‘부담’
포토라인에도 멈추지 않아
“대국민사과 끝내없어” 비판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30일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며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신병 구속 여부가 결정되기 전 마지막 절차를 앞두고 신중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침묵의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아예 포토라인에 서지 않은 것은 구속까지 각오한 상황에서 결연한 ‘의지’와 함께 현재 상황에 대한 강한 불만을 동시에 나타낸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뒤 대통령직에서 파면되고 구속까지 앞둔 상황에서 국민을 향한 진정성 있는 사과가 없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21분쯤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한 뒤 곧바로 영장실질심사가 열리는 법정으로 향했다. 미리 마련해 둔 포토라인에 잠시 걸음을 멈추지도 않았고 기자들의 계속되는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전날 법원이 거부했지만 박 전 대통령 측이 비공개 출석 가능성을 타진했던 점에 비춰 박 전 대통령은 특별한 메시지를 내놓지 않겠다는 입장을 일찌감치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전 대통령이 ‘침묵’한 것은 그만큼 복잡한 심경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한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해야 하는 현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 억울함 등이 복합적으로 섞여 있지 않겠느냐”며 “특히 신병 구속을 눈앞에 둔 상황에 대한 회한과 자신의 입장을 다시 한 번 밝힐 수 있는 자리를 앞둔 결연함 등도 담겨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여전히 자신이 받고 있는 뇌물수수, 직권 남용 등 13개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한 번 검찰과의 정면 대결을 염두에 두고 말을 아낀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 변호사는 “아무리 전직 대통령이라도 구속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심리적으로 큰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으로 출발하기 전 동생 박지만 EG 회장 부부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으로 불러들인 것도 구속 가능성을 염두에 둔 행동으로 해석된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이 메시지를 내놓을 때마다 여론의 반응이 부정적이었던 것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뒤 12일 삼성동 자택으로 복귀하며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을 통해 “모든 결과에 대해서는 제가 안고 가겠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는 당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불복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됐다. 21일 검찰의 소환조사를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며 포토라인에 섰을 때는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라며 단 8초간 29자의 원론적 메시지만 내놨다.

그러나 현직 대통령이 탄핵되고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데 이어 구속될 상황에 처했는데도 끝까지 대국민 메시지를 내놓지 않은 데 대한 비판도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은 파면된 뒤 3명의 지지자가 시위 도중 숨진 데 대해서도 어떤 언급도 없었고, 몇 달간 국정이 사실상 중단되고 현직 대통령이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피의자로 전락한 데 대해 진정성 있는 사과도 하지 않았다”며 “박 전 대통령의 이런 태도가 국론을 더 분열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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