限韓令으로 생긴 中공백 메워
한한령(限韓令·한류수입금지령)으로 생긴 중국 자본의 공백을 서양 자본이 메우고 있다. 점차 전 세계에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는 아시아 시장의 허브로 한국이 지목되면서 유력 글로벌 콘텐츠 업체들이 잇따라 한류시장에 뛰어드는 모양새다.
글로벌 동영상 서비스 업체인 넷플릭스는 드라마 ‘시그널’과 ‘쓰리데이즈’를 집필한 김은희 작가의 신작 ‘킹덤’에 투자한다. 8부작으로 제작되는 조선시대 배경 좀비물 ‘킹덤’의 제작비는 약 200억 원. 편당 25억 원꼴로 역대 한국 드라마 중 최고가다. 내년 공개될 예정이며 넷플릭스가 서비스되는 전 세계 190개 국가, 9300만 가입자에게 독점 공개된다.
세계 최대 규모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은 한국 제작사 IMX와 손잡고 ‘아이돌마스터.KR-꿈을 드림’을 선보인다. 일본의 유명 게임을 원안으로 삼은 이 드라마에는 배우 성훈, 박철민 등이 출연한다. 전 세계 200개국에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아마존은 이 드라마를 기반으로 향후 한국 드라마 투자를 적극 검토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지난해 글로벌 동영상플랫폼 드라마피버를 인수한 워너브러더스 역시 한국 드라마 ‘애타는 로맨스’에 투자했다. 이미 영화 ‘밀정’과 ‘싱글라이더’를 투자, 제작한 워너브러더스는 ‘애타는 로맨스’를 통해 한국 드라마 시장에서 첫발을 내딛게 됐다.
서양 자본이 바라볼 때 한국은 매력적인 시장이다. 한류 콘텐츠가 아시아 전역에서 높은 인지도를 쌓고 있기 때문. 한국 시장은 서양 자본이 아시아의 시장성을 살피는 테스트 베드(test bed)이자 가장 효율적인 마켓인 셈이다. 또한 높은 규제 장벽 때문에 구글, 유튜브처럼 중국에 진출하지 못한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향후 한·중 관계가 개선돼 한한령이 느슨해지면 한류 콘텐츠 소비가 높은 중국 시장에 우회적으로 접근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한국 제작자들에게도 넷플릭스, 아마존, 워너브러더스와 같이 미주, 유럽 등에서 탄탄한 유통망을 갖춘 서양 콘텐츠 기업의 러브콜이 반갑다. 중국에 쏠려 있던 한류 콘텐츠 수출 점유율을 낮출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씨엔블루 이종현, FT아일랜드 이재진 등 한류스타들이 출연한 드라마 ‘마이 온리 러브송’을 제작한 FNC애드컬쳐는 중국 소후닷컴에서 지난 2월부터 이 드라마를 송출할 계획이었으나 사드 여파로 무산되자 중국 측과 계약 해지 후 넷플릭스와 손잡았다.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사진)를 제작하며 미국 메이저 제작사인 유니버설의 투자를 이끌어 냈던 바람이분다의 조정호 대표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발달한 서양의 콘텐츠 기업들과의 협업은 합리적인 판단 안에서 진행된다”며 “중국 시장이 부활하길 마냥 기대하기보다는 더욱 넓은 유통망을 가진 서양 자본과 미래를 도모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라고 충고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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