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 자문위원 제언 ③

다음날 공개땐 기밀 문제 안돼
열심히 일하는 모습 알릴 기회

日총리의 국회 질문·답변
한나절 넘게 TV로 생중계
현안 파악능력 바로 공개


일본 정치를 보며 한국과 다르다고 느낀 게 있다. 하나는 일본 총리가 국회에서 몇 시간이고 의원들의 질문에 성실히 답하는 장면이 TV로 생중계되는 것이다. 특히 예산위원회의 경우 총리는 거의 매일 한나절 이상을 곤혹스러운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 시달려야 하지만 답변은 총리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질문과 답변 자료를 미리 받지만 기본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해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총리의 정책 현안 파악 능력이 국민에게 소상히 알려진다.

다른 하나는 일본 총리의 일정이 분 단위로 신문에 깨알같이 소개된다는 점이다. 하루의 일정이 무엇인지, 누구를 만났는지가 일목요연하게 공개된다. 물론 총리의 모든 일정이 공개되는 것은 아니다. 관저 정문을 지나 기자단이 지켜보고 있는 로비를 지나가지 않으면 모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일본 총리가 누구를 만났는지는 비밀이 아니다. 누가 자주 총리를 만나는지, 총리가 조언을 구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정책 결정의 주요 행위자가 누구인지도 알 수 있다. 대화의 내용은 알 수 없지만 만나는 사람들과 그룹을 보면 대충 짐작이 가고, 총리를 만난 사람들을 취재하면 이야기의 대강은 들을 수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지난 3월 27일 월요일 오후 일정을 예로 보면 다음과 같다. 12:57 국회. 12:58 참의원 1위원회실. 13:00 참의원 예산위. 15:43 참의원 3위원회실. 15:55 참의원 재정금융위원회. 17:00 중도 퇴장. 17:03 관저. 17:10 가토 개혁담당상, 17:34 국회. 17:37 참원 본회의장. 17:41 참원 본회의. 18:37 중도 퇴장. 18:41 관저. 19:19 국회. 19:20 참의원 의장 응접실. 19:22 참의원 다테, 야마모토 등 여야 원내교섭단체 대표에 인사.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노가미 고타로(野上浩太郞) 관방부장관이 동행. 19:37 보도 각사 인터뷰. 19:44 공관에서 자민당 다나카 국제국장, 이노구치 국제국장 대리와 식사. 21:24 전원 나옴.

실로 이렇게까지 공개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할 정도다.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한국에서 대통령의 동선은 비밀이라고 하지만 공개되는 것은 그다음 날이라 문제될 게 없다. 누구를 만나는 것 자체가 정치적 행위의 일부라서 민감할 수 있지만 굳이 비밀에 부칠 이야기도 아니다. 국정에 관련되는 일을 하고 있다면 오히려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알릴 수 있다. 개인적일 수 있는 식사자리마저도 공무에 관련된 것이라면 참석자가 공개된다. 역으로 말하자면 일본의 신문기자는 총리의 동정을 한 발짝도 놓치지 않고 파악하고 있다. 기자들만 아는 비밀로 부칠 수도 있지만, 일본 보도기관은 사실의 정확한 파악과 이를 국민에게 알리는 것을 언론의 생명으로 생각한다.

베일과 장막에 쌓인 자신의 모습을 그리는 대통령이라면 일정 공개를 원하지도 않을뿐더러 두렵기까지 할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일정을 공개하는 게 국민이 뽑아준 공인으로서의 책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자세가 아닐까. 일 잘하는 대통령이라면 오히려 스스로 일하는 모습을 공개하고 싶지 않을까. 국민에 대한 책임을 다하려는 기자라면 한순간이라도 대통령이 만나는 사람과 언행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

박철희 서울대 교수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