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처들이 대통령 선거를 30여 일 앞두고 대선주자들의 공약과 유사한 정책을 잇달아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대선과 관련된 ‘의도’가 다분하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3일 부처들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중장기전략위원회는 지난달 31일 보고서를 통해 “기본소득과 아동수당 도입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혀 주위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그동안 박근혜정부는 기본소득과 아동수당 도입에 대해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배척해왔는데, 차기 정부 출범을 30여 일 앞두고 이런 보고서를 낸 배경에 대해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기재부 중장기전략위원회는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최종찬 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이 공동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장관급 정부 위원 21명과 민간 위원 19명으로 구성돼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27일 대기업 총수 일가의 사익(私益)편취 규율대상 회사의 내부거래 실태를 점검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대선을 앞두고 대기업 군기잡기용(用)’이라는 분석이 파다하다. 점검 대상은 자산 5조 원 이상 총수가 있는 45개 기업집단(그룹)에 소속된 계열사 중 총수일가 지분이 30%(비상장사는 20%) 이상인 225개 계열사다. 삼성은 삼성물산·가치네트·삼성석유화학 등 3개사가 점검 대상에 포함됐고, 현대자동차는 서림개발·이노션·현대글로비스 등 12개사, SK는 SK㈜ 등 3개사가 각각 점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외에도 LG, 롯데, GS, 한화, 한진, 두산, 신세계, CJ 등 국내의 내로라하는 그룹은 모두 점검 대상에 포함됐다. 공정위는 “원래 올 상반기에 시행하도록 예정돼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대선주자들에게 ‘코드 맞추기’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최근 기재부가 내놓은 내년 예산안 편성 지침에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7년 이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양극화 완화’가 포함된 것에 대해서도 “대선과 관련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기재부 예산실은 “내년 예산안 편성 지침은 정치 일정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