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이 마침내 국회를 통과했다. 17년 전 건강보험이 통합, 일원화되면서 만들어졌던 건보(健保)체계가 그동안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땜방’식 손질만 해오다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번 법 개정으로 지역가입자의 보험료가 큰 폭으로 인하됐다. 성·연령 등에 부과하는 평가소득 보험료가 폐지되고 재산보험료가 축소돼 2018년 7월부터 지역가입자 593만 세대의 건보료는 월평균 23%가 줄어들게 된다. 반면에 소득과 재산이 일정 수준 이상 있는 피부양자는 보험료를 납부하게 돼 무임승차를 더는 할 수 없게 됐고, 근로소득 이외 소득이 있는 직장가입자도 보험료를 추가로 더 내야 한다. 이번 개편안은 1차적으로 2018년 7월에 시행되고, 2022년에 2단계 조정을 거쳐 마무리된다.
이번에 통과된 법안은 지난 1월 말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개편안을 거의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바뀐 것이 있다면 복지부가 제시한 9년간에 걸친 3단계 개편 방안을 5년 후 바로 3단계로 전환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개편의 속도를 높인 정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당초 보건복지부 안이 소득 중심으로 개편하는 방안이긴 하지만 직장과 지역으로 2원화한 부과체계의 문제점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다는 한계는 여전히 남아 있다.
직장가입자와는 다르게 지역가입자의 재산과 자동차에 보험료를 부과하는 기본 틀은 그 비중은 줄었지만 그대로 유지됐다는 점에서 그동안 민원의 중심이던 2원 체계 부과에 따른 문제점을 얼마나 완화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가입자는 지역에서 직장으로, 직장에서 지역으로 수시로 이동하지만 그때마다 보험료를 조정하고 다르게 내야 하는 불편함과 불공평성의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베이비붐 세대의 대규모 은퇴 시기를 앞두고 직장에서 지역으로 전환 시, 퇴직으로 소득은 줄었는데 건보료는 오히려 높아질 수 있는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2원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게 된 배경은 지역가입자에 대한 충분히 만족할 수 없는 소득파악률에 있지만, 개편 법안은 이에 대해 너무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개편안으로 시행 첫 1년부터 매년 약 1조 원, 2단계가 시행되는 2022년에는 매년 2조3000억 원의 건보료 수입이 줄어든다. 더욱이 건보 재정이 2018년부터 적자로 돌아서고 2023년이면 현재 20조 원에 이르는 적립금이 완전히 소진된다는 최근 정부 재정 전망 결과를 고려할 때, 이번 개편으로 재정적자 부담은 더욱 가중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번 개편안과 함께 통과된 건강보험에 대한 정부 지원 조항이 5년간 더 연장됐기 때문에 정부지원금은 변동 없다고 가정할 때, 건보 재정의 건전성 유지를 위해서는 적자 확대 폭만큼 건강보험료율을 더 인상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은, 지난 2013년에 구성된 개선기획단의 잠정적 제안보다 후퇴한 것이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그리고 과거 새누리당 등 각 당에서 논의됐던 안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아쉽다. 결과적으로 국회가 정부 안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인 식의 합의라면 다소 실망스럽지 않을 수 없다. 2018년부터의 1단계는 그대로 시행한다 하더라도 2022년부터의 2단계 시행 전에는 소득 중심으로 일원화된 부과체계가 확립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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