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공식에 따라 충무로에서 여배우들의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2007∼2016년 10년간 한국 상업영화 연도별 박스오피스 10위 안에 든 여배우 중심 작품은 ‘7급 공무원’(2009년·왼쪽부터), ‘하녀’(2010년), ‘암살’(2015년), ‘덕혜옹주’(2016년) 등 18편에 불과하다.  각 영화사 제공
흥행 공식에 따라 충무로에서 여배우들의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2007∼2016년 10년간 한국 상업영화 연도별 박스오피스 10위 안에 든 여배우 중심 작품은 ‘7급 공무원’(2009년·왼쪽부터), ‘하녀’(2010년), ‘암살’(2015년), ‘덕혜옹주’(2016년) 등 18편에 불과하다. 각 영화사 제공

- 여배우 氣살리기

20∼30대 여성 관객이 한국영화 주 관객층으로 자리 잡으며 흥행 공식에 따라 여배우들의 출연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007∼2016년 10년간 한국 상업영화 연도별 박스오피스 10위 안에 든 여배우 중심 영화(주연 여배우 이름이 맨 앞에 소개된 작품)는 총 18편.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간 14편이었으나 2012년 이후 4편에 불과하다. 올해는 4월 3일 현재 10위 안에 단 한 편도 없다. 이는 범죄, 액션, 스릴러 등 흥행 장르의 쏠림 현상이 나타나며 여배우들이 돋보이는 로맨틱 코미디, 멜로, 공포 장르의 영화가 거의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문화일보는 한국영화가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하며 관객의 뜨거운 지지 속에 지속 발전할 수 있는 토양 마련을 위해 ‘한국영화 미래를 보다-여배우 氣살리기’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그 첫 회로 윤제균 감독과 배우 김의성, 김동영 스톰픽쳐스코리아 대표가 본 ‘충무로 여배우 중심 영화 고갈’ 실태를 점검한다.

김구철·안진용 기자 kckim@munhwa.com

윤제균 감독“상업적 성공 충분히 가능… 많은 애정 필요”

윤제균 감독
윤제균 감독
윤제균(사진) 감독은 그동안 ‘1번가의 기적’(하지원)을 비롯해 ‘하모니’(김윤진), ‘7광구’(하지원) 등 여배우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를 연출하고, 제작해 왔다.

윤 감독은 충무로에서 여배우 주연작이 줄어드는 현실에 대해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희망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한국영화 트렌드가 변하며 장르가 편중된 것이 여배우 출연 기회를 줄였다. 여배우가 돋보이는 로맨틱 코미디, 멜로 등의 흥행 성적이 부진하고, 범죄물과 액션영화에 관객이 몰리다 보니 남자 배우들의 필요성이 높아졌다”며 “하지만 장르 트렌드는 계속 변하고, 돌고 돌기 때문에 10년 전쯤 흥행에 성공했던 장르가 다시 잘되는 때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여배우 중심 영화도 상업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면 계속 여배우를 내세운 작품이 이어질 것이다. ‘하모니’도 처음 시작할 땐 많은 어려움에 부딪혔지만 결국 성공했다”며 “새로운 성공 사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JK필름이 제작한 ‘국제시장’ ‘히말라야’ ‘공조’ 등에도 색깔이 선명하고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넣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감독은 또 “충무로 분위기는 90% 이상 관객의 요구에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영화인들의 노력이 필요하지만 여배우 중심 영화에 대한 관객의 관심과 애정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배우 김의성 “취향 돌고돌아… 女캐릭터와 맞붙고 싶어”

배우 김의성
배우 김의성
요즘 한국영화를 ‘김의성이 출연한 영화와 나오지 않은 영화’로 분류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작품에 나서고 있는 배우 김의성(사진)도 “내가 출연한 대부분의 영화를 남자 배우들과 찍었다”고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그는 “통계를 내보진 않았지만 최근 제작된 영화에서 출연분량 기준 스무 번째까지 역할 중 여배우에게 할애되는 역할은 두세 개에 불과하다. 여배우가 주연을 맡는 영화는 남자 배우 주연작에 비해 10분의 1도 안 되는 것 같다”며 “한국영화는 장르가 획일화되며 이미 위기에 처해 있다. 이 위기를 돌파하려면 남성 영화 위주에서 벗어나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문제를 어디서부터 해결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큰돈을 투자해 영화를 만드는 입장에서는 흥행 성공이 중요하기 때문에 여배우 중심 영화를 관객이 원하지 않는다고 하면 할 말은 없다”며 “하지만 관객 취향이 계속 유지되는 건 아니니 영화 제작자들이 뭔가 선도적으로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의성은 또 “지금 충무로 토양은 남자 배우, 특히 장년 남자 배우들에게 굉장히 유리하다”며 “내 밥그릇이 조금 편안하다고 전체 밥상이 빈곤해지는 걸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게 멜로물을 하고 싶지 않냐고 묻는데 굳이 여성 캐릭터와 사랑에 빠지는 역할이 아니더라도 여성 캐릭터와 맞붙는 연기를 하고 싶다”고 전했다.

제작자 김동영 대표 “색깔 강한 여성 영화 제작 200만명 모을 것”

제작자 김동영 대표
제작자 김동영 대표
강예원·한채아를 ‘투톱’으로 내세운 코믹 액션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을 제작한 김동영(사진) 스톰픽쳐스코리아 대표는 여배우 주연작의 흥행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앞으로도 여배우 중심 작품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그는 “충무로에서 살아남기 위해 작은 제작사로서 틈새 전략을 세웠다. 여배우가 잘 활용되는 장르를 선택해 200만 명대의 관객을 모을 작품을 만들려고 한다”며 “창업투자회사나 투자배급사에서 ‘여자 이야기를 해봤자 잘 들어야 150만 명에서 200만 명 정도인데 굳이 할 필요가 있냐’며 외면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배우 중심 영화를 만들 때 맥시멈 스코어를 200만 명 정도로 보고, 총 제작비 30억 원 이하 규모로 제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비정규직 특수요원’은 3일 현재 누적 관객 수 14만9434명으로, 부진한 성적을 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이 영화가 흥행 성공을 거두진 못했지만 20∼30대 여성 관객들로부터 우호적 반응을 이끌어 냈다”며 “장르를 잘 선택해 색깔이 강한 여성 영화를 만들다 보면 점차 큰 영화도 만들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대표는 또 신인 여배우 발굴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한국영화의 장르가 다변화될 거고, 그에 따라 배우들의 활용도도 높아질 것”이라며 “가능성 있는 신인 여배우를 기용해 저예산 공포영화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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