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적발된 중국산 액상 니코틴 수입업체의 직원이 3일 부산 해운대구 오피스텔에서 불법으로 전자담배 원료를 제조하는 장면을 재연하고 있다.
경찰에 적발된 중국산 액상 니코틴 수입업체의 직원이 3일 부산 해운대구 오피스텔에서 불법으로 전자담배 원료를 제조하는 장면을 재연하고 있다.
中서 들여와 2년간 불법제조
기준치 11배… 극미량도 사망

위험물질 불구 경고조차 없어
전자담배 인기에 무차별 수입
인명 위협 범죄만 3년새 6건


6억 원대 전자담배용 액상 니코틴 원액을 밀수해 판매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액상 니코틴을 이용한 살인이나 자살 사건까지 발생하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지만, 액상 니코틴은 별다른 제약 없이 온·오프라인에서 유통되고 있다.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4일 허가를 받지 않고 기준 농도보다 11배 이상 짙은 액상 니코틴을 판매한 혐의(화학물질 관리법 위반)로 김모(48)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해 2015년 3월부터 최근까지 부산 해운대구 모 오피스텔에 불법 제조실을 갖추고, 중국에서 들여온 액상 니코틴 원액(순도 99.9%)을 그대로 팔거나 희석제를 이용해 1만5000병(병당 5㎖)을 제조·판매해 약 6억 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식물성 글리세린이나 향료 등으로 희석한 니코틴도 허용기준치(2%)의 11배인 22%(1㎖당 220㎎) 이상에 달했다.

니코틴 원액은 40∼60㎎만 섭취하거나 극미량을 혈관에 주사해도 사망할 수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실제 지난해 8월엔 경기 남양주시에서 송모(여·47) 씨가 남편의 수면제에 치사량의 액상 니코틴 원액을 몰래 타 살해한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액상 니코틴은 지난 2014년 3월 이후 6건의 자·타살 사건에 이용됐다. 중국산 니코틴 원액은 담배 줄기에서 제조돼, 담뱃잎만 관리하는 국내 담배사업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지난해까지 무차별 수입되는 등 허점이 발견되면서 올해 1월부터 수입이 금지되기도 했다.

니코틴을 1% 이상 포함하는 혼합물은 화학물질 관리법에 따라 모두 유독물질로 분류되고, 고농도 액상 니코틴은 독성이 강해 제조·판매하려면 환경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일부 온·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올바른 사용법 설명이나 위험물질이라는 경고조차 없는 상태로 액상 니코틴이 팔리고 있었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전자담배 판매점에서 액상 니코틴을 사러 왔다고 하자 주인은 “어떻게 쓰는지 아시죠? 인터넷에도 잘 나와 있어요”라며 쉽게 상품을 내줬다. 뒤이어 들어온 다른 손님도 평소 사던 용량만큼의 니코틴을 쉽게 구매했다. 가게 한쪽에 “액상 니코틴 사용법 숙지”라는 경고 문구가 있긴 했지만,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한 온라인 판매사이트 첫 화면에는 “‘퓨어 니코틴’(액상 니코틴)은 정말 위험한 제품입니다. 사용 전엔 꼭 사용법을 숙지하고 전자담배용으로만 이용하세요”라는 경고 문구가 떠 있어도 무시되기 일쑤다. 사용법을 읽지 않고 페이지 하단부 “니코틴 사용법을 숙지했습니다”라는 버튼을 누르면 곧바로 구매 페이지로 연결됐다. 한 전자담배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가게 사장이 추천한 대로 액상 니코틴을 흡입했는데, 두통으로 병원에 다녀왔다”는 등 용법, 용량 등을 숙지하지 않고 잘못 흡입해 두통이나 기관지염 등을 겪었다는 글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김기윤 기자 cesc30@munhwa.com, 부산=김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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