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K bank)가 3일 영업을 개시했다. 25년 만에 새로운 은행이 탄생한 셈이다. 비대면 실명거래가 가능하고 은행 거래는 물론 계좌 개설도 24시간 가능하다. 대출도 재직증명서나 소득증명서 없이 빅데이터를 통한 신용평가를 통해 집행된다. 대출금리는 낮고 예금금리는 높다. 인터넷은행의 의미는 남다르다.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다양한 분야에서 진행 중인 가운데 금융 분야의 경우 금융과 기술을 결합한 핀테크가 주요한 어젠다가 되고 있다. 따라서 핀테크의 흐름을 잘 받아들이고 영업에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전문은행이 출현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문제는, 앞으로 이러한 새로운 영업 모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려면 추가적인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런데 사실상 대주주인 KT가 이른바 은산(銀産)분리 정책으로 인해 지분 8% 소유, 의결권 4% 제한에 묶여 있다. 초기 자본금 2500억 원이 거의 소진돼 가는 상황에서 신규 자금을 투입하기 위해서는 KT가 50% 정도의 지분을 가지고 유상증자를 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은산분리는 사금고화(私金庫化)의 논리에 기반을 두고 있다. 산업자본이 은행의 대주주가 되면 은행 자금을 함부로 집행해 은행도 망하고 자기도 망한다는 것이다. 물론 과거에 자금이 부족하고 금융감독도 느슨한 상황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가능했었고 정책의 필요성도 존재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우선, 회사채 시장을 포함한 자본시장이 발달했고 이 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 원활하다. 은행을 소유할 정도의 산업자본이라면 자본시장을 통해 필요한 자금을 얼마든지 조달할 수 있다. 굳이 은행으로부터 불법 대출을 받을 필요가 없다. 또한, 금융감독의 강도도 높아졌고 기법도 발달했다. 은행에 대한 감시는 다양해지고 촘촘해졌다. 만일 불법 대출이 집행되는 경우 관련자들은 감옥에 갈 각오를 해야 한다. 만일 이 부분이 문제가 된다면 대주주에 대한 대출을 아예 금지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인터넷은행의 대주주는 해당 은행으로부터 단 1원도 대출받을 수 없도록 하면 문제는 보다 간단해진다.
일각에서는 저축은행 사태나 동양 사태를 지적하기도 하지만 케이뱅크의 대주주는 KT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사실상의 공기업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된 저축은행들이나 대기업과는 차별이 된다. KT가 은행의 돈을 불법적으로 빼낼 것이라며 지분을 제한하는 것은 어색하다. 오히려 최근 은행업의 수익성이 그리 좋지 않은 상황임에도 은행업에 진출해 신규 투자를 하고 일자리를 늘리면서 은행을 잘 키워서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는 점은 고맙게 여겨야 할 부분이다. 은행을 사금고화하겠다는 수준의 회사라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최근 다른 국가들도 인터넷은행에 대해 매우 개방적이고 호의적이다. 일본 경우, ICT 기업이 대주주로 참여한 지분뱅크, 라쿠텐은행, 재팬넷은행 등이 영업 중이고, 중국의 마이뱅크와 위뱅크 모두 산업자본이 대주주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이제 정책과 제도도 해묵은 과거의 논리에서 벗어날 때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통신 기업이 ICT를 잘 결합해 인터넷은행을 잘 키워내면 이 모형을 해외에 수출할 수도 있다. 우리 금융산업의 염원인 해외 진출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제 은산분리의 주술(呪術)에서 벗어나 인터넷은행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뒷받침과 지원을 서두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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