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조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 바른사회 공동대표

3일 더불어민주당의 후보가 확정됨으로써 앞서 후보를 선출한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 및 정의당에 이어 4일 국민의당의 후보가 가려지면 주요 5당의 5·9 대선 후보가 확정된다. 이번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표하는 순간 당선자는 곧바로 제19대 대통령으로서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정기 대선이라면 선거가 끝나고 3개월여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활동 기간이 있어 이때 새 정부의 국정 비전이 제시되고 이를 실행할 중요 정책이 다듬어지고 국정 핵심인력의 인선도 이뤄진다. 하지만 탄핵으로 궐위된 대통령을 뽑기 때문에 이번에는 그런 과정이 생략된다.

따라서 각 당의 후보들이 선거 과정에서 국민에게 제시하는 내용도 다른 때와는 달라야 한다. 후보들이 우선 제시해야 할 것은 국정의 비전이다. 지금 당면한 많은 난제는 양자택일을 거의 허용하지 않는 것들이다. 전략적 모호성이나 부작위에 기대어 모면할 수 있는 그런 차원의 사안도 아니다. 예컨대, 안보 상황 때문에 한·미 동맹의 확인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지만, 중국과의 관계도 신경 써야 한다. 과거사 문제도 묵과할 수 없지만, 악화일로인 일본과의 관계도 방치할 수 없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라 우리도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겠지만, 눈덩이처럼 커진 가계부채 문제가 부실화하는 것도 막아야 한다. 북한 핵이라는 절체절명의 위협에 대해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지만, 통일이라는 민족적 과제도 고려해야 한다.

비전이라고 하든 철학이라고 하든 산발적인 공약들을 뛰어넘어 이를 한 줄에 꿰는 고차원의 틀이 필요하다. 이런 게 있어야 단편적인 정책들의 내적 응집성과 집행상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여러 후보가 내놓는 것은 표만 의식한, 극히 단편적인 정책 공약에 불과하다. 표를 얻기 위해 여론을 따르는 공약을 내놓는 사람은 ‘팔로어’이지 ‘리더’가 아니다.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지적대로 모름지기 리더라면 국민을 설득하고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또 하나, 후보들이 내놔야 할 것은 당선을 위해 뛰는 핵심 참모들뿐만 아니라 집권 시 국정을 담당할 핵심 인력의 명단이다. 최소한 국무총리와 주요 국무위원, 대통령 비서실장, 그리고 국정원장 정도의 면면은 선거일 이전에 공개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일차적으로는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필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유권자들이 새 정부의 모습을 가늠하고 후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전례가 없지만 여러 내각제 국가에서 야당이 ‘예비내각’을 공개하고 있다.

조선 시대의 유학자 율곡(栗谷) 이이는 국정을 원활히 하는 길은 온 나라의 능력 있고 어진 이를 널리 규합해 같이 의논하면서 국사를 해 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현대식으로 표현하면 팀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같은 취지에서 리더십 연구의 권위자인 존 가드너는 “가장 훌륭한 지도자는, 적합한 재주와 능력을 가진 멤버들이 팀 속에서 원만히 조화되도록 보장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이처럼 국정의 성패는 최고 지도자가 국정 핵심 인력들과 어떤 팀 리더십을 만들어내느냐에 크게 좌우된다. 국민은 이미 독불장군(獨不將軍)식 리더십의 참담한 종말을 목격했다. 당연히 당선 시 새 정부에 참여할 인사들의 면면을 알고 싶어 한다. 대선 주자들은 캠프에 몇 명을 끌어모았다는 식의 세 과시만 할 게 아니라, 당선되면 누구에게 무슨 일을 맡길 것인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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