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만화인생 열심히 일해
작품 기본은 과장하지 않는것
일상의 메모 많아 이야기 풍부
요즘 그림일기 쓰는 즐거움에
섬들어가 어부일상 그리고파”
한국에서 가장 유명하고 가장 성공한 만화가 허영만(70) 작가가 커피 만화 ‘커피 한잔 할까요?’(전 8권·위즈덤하우스)를 완간했다. 2년간 일간지에 연재하다 지난 1월 연재를 중단한 뒤 한 권 분량을 더 해 마무리한 것이다. 이젠 원고료도, 마감도 없는 만화를 그리고 싶었다는 그는 연재를 중단하며 지인들에게 두 문장의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정말 열심히 살았다. 누릴 만큼 누렸다.’ 1965년 만화로 먹고 살겠다며 만화가 김석 문하로 들어간 지 52년, 1974년 만화 공모전에 ‘집을 찾아서’가 당선돼 공식 데뷔한 뒤로 치면 43년의 만화 인생을 정리한 말이다. 자신의 업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할 수 있다니 그는 정말 성공한 작가이다.
그는 이제 휴대전화도 던져 버리고 불필요한 관계를 끊고 섬에 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어부들과 술 한잔하고 그들의 일상을, 또 자신의 일상을 담담히 그리며 그렇게 살고 싶다고 했다. 그러고 보면 지금의 그는 ‘커피 한잔 할까요’의 커피 명인 박석 사장을 닮았다. 신입 바리스타 강고비가 커피 전문점 ‘2대 커피’에서 박석의 가르침으로 커피와 사람에 대해 배워가는 과정을 담은 만화에서 박 사장은 고비에게 가게를 넘겨주고 서울을 떠나 커피 로스팅에만 전념한다. 다분히 그의 바람과 철학이 담긴 결말이다. 그를 3일 그의 강남구 자곡동 작업실에서 만나 집요한 취재와 인간적 스토리텔링이라는 그의 특징이 더 섬세해진 만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커피를 마시지 않던 작가가 어떻게 커피 만화를 그리게 됐나.
“식객 이후 제철 식재료를 이야기하려고 했었는데 아들이 요즘 다들 커피에 관심이 많다고 커피 만화가 어떻냐고 해서 시작했다. 공부하고 취재하며 그렸다. 틀리기도 했다. 그러면 고치고…. 만화 끝내고 이제 커피 반 잔 정도는 마신다.”
―청년의 성장담, 특별하지 않은 삶의 이야기와 커피 이야기가 어울려 조용한 감동을 주는데.
“내 만화의 기본은 ‘과장하지 않는다’이다. 자극 정도가 1에서 5까지 있다면 아무리 심해도 5까지 이르지 않으려 한다. 내 만화는 또 심각하지 않다. 너무 심각해지지 않으려고, 유머를 잃지 않으려 한다. 만화 속에 장난도 많이 친다.”
―‘각시탈’ ‘비트’ ‘식객’ ‘꼴’ 등 210여 편의 작품을 그렸다. 쓸 이야기가 없어 고생한 적은 없나.
“서부 영화를 보면 총알이 있어야 전쟁을 하지 않나. 고우영 선생이 살아 있을 때 ‘저는 아직 총알이 많습니다’라고 했더니 선생께서 ‘부럽소’라고 한 적이 있다. 쓰고 싶은 이야기는 지금도 너무 많다. 물론 작품을 풀어갈 때 막힌 적은 수 없이 많지만. 그럴 땐 메모 상자를 뒤진다. 그러면 실마리를 찾게 된다.”
그는 세상 모든 곳, 일상 곳곳, 만나는 사람 모두가 마르지 않는 이야기 샘이라고 했다. 그는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풍경, 떠오른 생각 등을 닥치는 대로 메모하고 작은 종잇조각 하나 버리지 않고 쌓아둔다. 이야기가 막힐 때 이 메모를 꺼내 읽다 보면 이야깃거리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요즘 ‘그림일기’에 빠져 있다. 매일 겪은 일, 떠오른 생각을 일기처럼 그린, 그 노트가 벌써 35권째이다. 그는 만화 일기를 두고 원고료도, 마감도 없는 바람 같은 작업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지금 2년째 주식을 다룬 만화를 차기작으로 준비 중이다. 전국 백반집 이야기를 담은 만화도 그려보고 싶다고 했다. 섬에 들어가 자유롭게 삶을 그리고 싶다는 그의 바람은 넘치는 이야기 샘 때문에 아직은 좀 더 미뤄야 할 듯하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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