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로 인해 5일 오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강남이 노란 먼지에 싸여 뿌옇게 보이고 있다. 먼지 안개 사이로 롯데월드타워 꼭대기가 희미하게 보인다.
미세먼지로 인해 5일 오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강남이 노란 먼지에 싸여 뿌옇게 보이고 있다. 먼지 안개 사이로 롯데월드타워 꼭대기가 희미하게 보인다.

백령도는 대기 질 측정 핵심
먼지 주된 원인 뒤바뀔 문제
“측정값에 공백 더 생겨”해명

발생한 이유·비율 등 안밝혀
정부정책 신뢰성에도 큰 타격
관련 담당자들도 ‘기강 해이’


국립환경과학원은 초미세먼지 측정 데이터에 문제가 생긴 것에 대해 백령도 지역 초미세먼지 측정 자료를 전송하는 프로그램에서 발생한 오류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환경과학원 관계자는 5일 “통계 자료를 최종 확정한 후 한국환경공단으로 자료를 전송할 때 대기오염측정망 설치운영 지침상 정해진 통신규약에 따라 자료를 전송해야 하는데, 백령도의 초미세먼지(PM2.5) 항목 자료에서 프로그램 오류가 발생한 것”이라며 “전송된 측정값 앞에 공백이 한 칸만 있어야 하는데 한 칸이 더 추가돼 측정값의 끝자리가 사라져 버려 벌어진 문제”라고 해명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4일 문화일보에 보내온 초미세먼지 측정 오류 인정 문서.
국립환경과학원이 4일 문화일보에 보내온 초미세먼지 측정 오류 인정 문서.
예를 들어 초미세먼지 실제 측정량이 24㎍/㎥으로 나왔다면, 최종확정자료에는 뒷자리의 ‘4’가 사라지고 10단위 자리의 ‘2’만 전송됐다는 것이다. 환경과학원은 그러나 프로그램의 이름과 도입 시기, 실행 횟수 대비 오류 발생 비율, 백령도 초미세먼지 측정 자료 전체에서 오류가 발생한 이유, 실제 정부의 미세먼지 정책에 통계가 어떻게 활용됐는지 등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이 같은 환경과학원의 해명은 단순한 측정값의 자릿수 밀림으로 넘기기엔 많은 문제점이 있다. 백령도는 ‘국가배경농도’ 측정지역, 즉 국내에서 유발되는 오염원이 주변에 거의 없어 미세먼지 측정 시 국외의 영향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핵심 지역이기 때문이다.

최종확정자료 기록을 보면 2015년 3월 31일 밤 12시 서울 서소문에서 측정된 시간당 평균 PM2.5 양은 27㎍/㎥인데, 백령도에서 측정된 값은 1㎍/㎥으로 서소문에서 측정된 값보다 지나치게 낮다. 백령도는 중국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대기 질 측정 장소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중국의 미세먼지 영향 여부를 판가름하는 데 열쇠를 쥐고 있는 지역이다.

당시 백령도에서 측정된 실제 PM2.5의 양은 19㎍/㎥으로 최종확정자료의 수치와 비교할 때 무려 18㎍/㎥의 차이를 보인다.

이는 초미세먼지의 주된 원인이 한국과 중국 중 어느 나라에 있느냐는 해석이 뒤바뀔 수 있을 만큼 큰 오차다. 이같이 핵심지역에서 측정되고 국민에게 공개된 통계 자료 전체에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그동안 정부가 펼쳐 온 미세먼지 정책 자체의 ‘신뢰성’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것으로, 미세먼지 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오류가 장기간 방치됐다는 사실도 문제다. 2015년 1∼4분기 미세먼지 통계 최종확정자료 파일은 지난해 9월 29일, 2016년 1·2분기 자료 파일은 각각 같은 해 11월 16일과 12월 26일에 최종 수정됐다. 길게는 반년 이상 국민에게 공개돼 온 자료의 중요한 부분이 오류투성이였던 셈이다. 장기간 이 같은 심각한 오류를 잡아내지 못했다는 것은 결국 환경부와 환경과학원 담당자들의 기강이 해이해졌다고밖에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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