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공짜에 참가자 늘어
하루 2만∼3만원 수입 가능
보이스피싱 전달책 조심해야


머리가 하얗게 센 3년 차 노인 택배원 김모(74) 할아버지에게 봄은 반가운 계절이다. 여름이나 겨울에는 대개 월 40만∼50만 원을 버는데, 봄에는 인사이동과 입학·졸업 등으로 화분 주문이 쏟아져 70만 원 정도의 고수익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5일 서울 지하철 을지로입구역에서 만난 김 씨는 “지하철 안에서 배달할 물품을 든 채로 승객들과 부딪히면 파손될까 조심스럽지만 꽃 선물처럼 좋은 물건을 배달할 땐 나도 흐뭇해진다”고 미소 지었다.

지하철 요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65세 이상 노인들이 서류·화분 등 각종 물품을 배달하는 ‘지하철 노인 택배’가 틈새 직종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노인들은 하루 3∼4건의 배달 주문을 처리하고 2만∼3만 원을 손에 쥐고 집에 돌아간다.

서울 중구에 있는 노인 택배 사회적기업 관계자는 “손자가 군대 갈 때 용돈 줄 정도의 돈벌이는 되다 보니 노인 지원자가 많다”고 설명했다.

지하철 택배 일이 노인들에게 인기를 끄는 배경에는 노인 빈곤 세계 1위라는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이 자리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8.8%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 한국노동연구원의 ‘2016년 고령층 노동시장 특징’ 보고서에 따르면, 일하는 노인이 늘고 있지만 이들의 노동 환경은 매우 열악한 것으로 파악됐다. 노년층 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중은 절반이 넘는 53.8%에 이르고, 특히 노인 근로자의 28.9%는 최저임금인 월 126만 원조차 벌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동배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하철 택배로 생계를 해결하기는 어렵고, ‘소득 보충형 일자리’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며 “그래서 젊은 사람들보다 임금이 저렴한 노인들이 주로 지하철 택배 일을 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일자리를 준다’며 노인들을 꼬드겨 보이스피싱 전달책으로 끌어들이는 범죄자들도 생겨나고 있다. 지난 1월 대전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보이스피싱 조직 지시를 받고 통장을 인출책에게 전달한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로 전직 노인택배원 박모(67) 씨 등 2명을 입건했다.

김수민 기자 human8@munhwa.com

관련기사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