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팔용(53·사진) 씨는 강원 삼척시의 두메산골에서 태어나 찢어지게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래서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 18년가량 요리사로 일하며 꽤 큰돈을 모았다. 고향에 식당을 차리는 꿈에 젖은 김 씨는 ‘이왕이면 좀 더 불려보자’는 생각에 주식 투자에 나섰는데, 그만 탈이 났다. 본업이 아니었고, 마음이 앞섰기에 ‘깡통’을 찼다. 20년 가까이 모은 전 재산을 날려버리자 상실감이 찾아왔다.
삶의 의욕을 잃어버렸고 식음을 전폐했다. 뼈마디가 톡톡 튀어나온 앙상한 몸이 그의 마음고생을 대변했다.
김 씨가 일하던 식당 사장이 보다못해 그를 병원으로 이끌었다. 먹지 못하고 화병이 도진 탓인지 내시경으로 들여다본 김 씨의 위엔 온통 할퀸 자국투성이였다.
4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서 만난 김 씨는 “오랫동안 땀 흘려가며 한 푼 두 푼 아껴서 모은 돈이었기에 충격이 너무 컸었다”면서 “하지만 내시경 검사를 한 뒤 ‘이러다 진짜 목숨까지 잃겠구나’란 생각이 들어 정신을 차렸다”고 말했다.
하루일을 마친 뒤 매일 2∼3시간씩, 자정을 넘기면서 페달을 밟았다. 김 씨는 “봉황산, 삼척대 등지를 오르내렸다”며 “적어도 삼척에서 나보다 더 열심히 훈련한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6개월 정도 훈련한 뒤 2004년 8월 제2회 대관령 힐 클라임에 출전했는데 3그룹에서 1위에 올랐다. 힐 클라임은 오르막을 빠르게 오르는 종목이다. 김 씨는 “태어나서 처음 해 본 1등이었다”며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뻤다”고 말했다.
2007년 8월 제5회 대관령 힐 클라임에서도 우승했다. 김 씨는 당시 ‘전설’의 주인공이 됐다. 일반 운동화를 신고 장갑도 끼지 않은 채 역주했기 때문. 자전거 페달에 신발을 고정할 수 있는 클리트 슈즈를 신지 않아 힘을 제대로 싣지 못했고 손은 미끄러졌지만, 그는 1위를 차지했다.
또다시 시련이 찾아왔다. 2009년 교통사고로 양쪽 복숭아뼈가 다 부서졌다. 완치까지 2년이 걸렸지만 김 씨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자전거와 인연을 맺으면서 사고방식이 긍정적으로 바뀌었고, 불행을 헤쳐나갈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 그래서 힘을 냈다. 초등학교 졸업이 최종 학력이었던 김 씨는 검정고시를 거쳐 2011년 대학에 입학해 만학도의 길을 걸었고, 2015년엔 삼척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냉면집을 개점해 꿈을 이뤘다. 김 씨는 “자전거를 연습할 때처럼 목표를 정하고 끊임없이 노력하니까 모든 일이 잘 풀렸다”고 귀띔했다.
김 씨는 오는 22∼23일 삼척시 일원에서 열리는 ‘어라운드 삼척 2017 트렉라이드 페스트’에 출전한다. 김 씨는 “삼척의 자전거 레저 관광을 활성화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며 “몸과 마음이 바닥으로 떨어졌을 때 자전거가 나를 일으켜 세웠기에 자전거는 평생을 함께할 동반자”라고 말했다.
글 = 조성진 기자 threemen@
사진 = 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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