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섭 강원대 윤리교육과 교수

대통령 후보들의 입이 거칠어져 말이 품격을 잃어가고 있다. 특히, 대통령 탄핵으로 위기에 몰린 보수(保守) 정당의 내분으로 우파가 분열된 상태에서, ‘보수 적자(嫡子)’와 ‘보수 단일화’가 쟁점이 되고,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바른정당의 유승민 후보 간 신경전이 가열되면서 보수 지지자들의 마음은 정처 없이 떠돌고 있다. 두 후보가 품격 없는 말로 서로를 무시할수록 보수 유권자들은 선거에 무관심해지고 투표장에서 멀어질 것이다.

보수가 위기에 몰린 가장 큰 원인은 도덕적 권위의 상실이다.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일수록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지만, 보수 세력은 더 높은 도덕성을 유지하지 못했다. 이제 보수는 정직하고 겸허한 마음으로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성찰(省察)할 것은 성찰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빈약한 보수 지지 세력을 두고 ‘보수 적자’ 논쟁을 벌이는 것은 누추하게 보일 뿐이다.

우리 사회에서 보수는 자유민주주의 이념과 시장경제 체제를 지지하는 사람이다. 보수의 이념을 지지한 사람들이 부당한 행동으로 도덕적 위신을 상실하고 영어(囹圄)의 몸이 됐다고 해서 보수의 이념이 존재 가치(價値)를 상실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보수의 이념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그 이념을 여전히 필요로 한다. 보수 우파 대통령으로 선출된 사람이 몰락한 것은 그의 부적절한 행동 때문이지 우파 이념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그가 대통령으로서 위기에 처한 것은 관용과 포용, 법의 지배, 책임성과 공정성, 자유와 경제 성장, 튼튼한 안보와 같은 우파의 가치를 멀리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이러한 우파의 가치이고, 그중 더욱 긴급한 것은 경제 성장과 안보다. 현재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는 모두 경기 침체와 안보 불안에서 나온 것이다. 더 심해진 양극화나 심각한 청년 실업, ‘헬조선’이나 ‘이생망’ 현상은 전적으로 경기 침체가 초래한 것이다. 그 결과로 겪고 있는 고통과 위기는 사회 불만의 원인이 돼 경제적 격차가 부각 되고 분배 욕구가 솟아오른다. 그러나 그 해법은 복지가 아니라 성장이다. 성장이 아니라 저성장을 ‘새로운 정상(正常)’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우파의 심리적 패배다. 우파는 격차와 실업에 대한 해답은 경제 성장임을 널리 알리고, 새로운 경제 성장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왜 우파 정권이 경제 성장에 실패했는지를 성찰해야 한다.

경제 위기보다 더 심각한 안보 위기는 북한의 핵무장과 김정은의 무모한 모험주의가 야기한 것이다. 다수의 국민은 안보 위기의 위중함을 간파하고 대북 정책은 우파 정책을 선호한다. 최근에 이뤄진 면접 여론조사에 따르면, 50.1%가 대북 강경 정책을, 38.6%가 포용 정책을 지지한다. 김정은에 대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대화 제의에 대해서는 48.1%가 반대하고 42.7%가 찬성한다. 문 후보의 남북 경협 사업 재개 약속에 55.3%가 반대하고 31.9%가 찬성한다. 문 후보와 민주당의 사드(THAAD) 반대가 국가 안보를 위험하게 한다는 주장에 45.3%가 찬성하고 43.9%가 반대한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보수 우파의 단호한 대북 정책과 우방과의 가치 연대에 대한 강력한 국민적 지지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 보수 후보는 비생산적인 적자 논쟁은 접고, 보수 우파의 가치를 높이 들고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그게 보수도 살고 나라도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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