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카소 등 거장 자화상부터
톰크루즈 등 스타 셀카 전시
일반인·원숭이 ‘작품’ 까지
“예술가가 만들어내던 자화상
이젠 스마트폰통해 가능해져”
“셀카도 자화상과 같은 예술작품이다.” 최근 로이터 통신과 가디언, 타임 등에 따르면 영국 런던 사치 갤러리는 지난 3월 31일부터 두 달간 ‘셀피(셀카)에서 자기표현까지’(From Selfie to Self-Expression) 제목의 전시회를 개최 중이다.
사치 갤러리는 한 개 층 전체를 사용해 과거 거장들의 자화상에서부터 현재 셀카까지 다양한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이 전시회는 16세기 렘브란트의 자화상을 시작으로 반 고흐, 파블로 피카소, 에드바르 뭉크, 프리다 칼로 등의 자화상을 거쳐 톰 크루즈와 킴 카다시안 등 현대 유명인의 셀카까지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작품에 대한 역사를 탐구한다. 전시된 작품 중에는 일반인들이 찍은 셀카는 물론 인도네시아 마카크 원숭이의 셀카도 포함됐다.
나이절 허스트 사치 갤러리 CEO는 로이터 통신 등과의 인터뷰에서 “과거 500년 동안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이미지(자화상)를 만들어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려는 행동을 해왔다”며 “요즘 들어 바뀐 것이 있다면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점(셀카)이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자화상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과 도구를 가진 사람이 예술가들뿐이었지만, 지금은 우리 모두 스마트폰을 통해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치 갤러리는 이번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과연 관객들이 셀카를 예술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에 대해 걱정했지만, 의외로 이번 전시회에 대한 호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현대의 셀카가 일종의 자화상으로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또 사치 갤러리는 전시회에 맞춰 셀카 경연대회를 열었는데 영국 케임브리지에 거주하는 돈 울리의 ‘대체물’이 우승을 차지했다.
허스트는 “현대의 셀카가 (과거의 자화상과) 다른 점은 셀카가 우리가 어떤 사람이고, 누구인지보다는 우리가 세상에 어떻게 보이는가를 더 중요하게 다룬다는 점”이라며 “이 때문에 대부분의 셀카가 사람들이 무료한 일상과는 동떨어진 아주 멋진 장소에서 찍히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셀카는) 국민별로 특징이 드러나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탈리아인들의 경우 셀카를 스타일리시하게 찍으려 애를 쓰는 등 셀카를 통해 국민 정체성을 드러내려는 모습도 보인다는 것이다.
사치 갤러리는 셀카를 예술로 승격시키면서도 셀카가 가진 부정적인 면도 이번 전시회를 통해 알리고 있다. 전시회장에 12대의 감시 카메라로 만든 멕시코 예술가 라파엘 로자노헤머와 폴란드 예술가 크시슈토프 보디치코의 작품도 설치했다. 셀카가 늘어나면서 사람들이 혼자 삶과 여유를 즐기는 사생활 영역이 축소됐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사치 갤러리는 설명했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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