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영라디오 NPR는 최근 시카고 러시대의 메디컬센터가 ‘시간 세금(Time Tax)’을 부과해 사람들이 더 건강한 선택을 하도록 유도하는 특별한 자판기를 고안했다고 소개했다.
연구팀이 만든 이 자판기엔 ‘디스크(DISC·Delays to Influence Snack Choice)’란 시스템이 도입됐는데, 자판기 이용자가 몸에 좋지 않은 과자를 선택하면 버튼을 누른 다음 25초 더 기다려야 상품을 받을 수 있게 설계돼 있다. 반면 사람들이 몸에 좋은 땅콩 등의 간식을 선택하면 일반 자판기처럼 버튼을 누르는 즉시 상품이 나온다. 연구팀의 브래드 아펠한스 조교수는 “시간을 지연시키는 것만으로 사람들이 건강한 선택을 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고 실험 배경을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 특별한 자판기를 2015년 6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러시대 인근 곳곳에 배치해 사람들을 관찰했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총 3만2662건에 이르는 구매 건수를 분석한 결과, 이 자판기를 이용할 때 기간이나 장소에 관계없이 늘 평균보다 5% 더 많은 사람이 건강한 간식을 선택했다. 특히 연구진은 비교를 위해 시간 세금을 부과하지 않고 건강한 간식만 25센트(약 280원)를 할인해 판매해봤는데, 이때도 약 5% 더 많은 사람이 건강한 간식을 택했다. 수익성에 손해가 없는 시간 세금만으로, 가격 할인과 동일한 수준의 효과를 낼 수 있단 걸 보여준 셈이다.
이 실험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개념 ‘넛지(Nudge)’를 활용한 것이기도 하다. 넛지는 원래 ‘살짝 찌르다’라는 뜻의 영단어지만, 강제가 아닌 살짝 찌르는 듯한 부드러운 권유로 올바른 선택을 돕는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도 뜻밖의 넛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국가 전체엔 큰 불행이었던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한편에선 국민의 정치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넛지로 작용한 것이다. 대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이때, 누구의 강제도 없지만 국민의 정치 참여 의지는 어느 때보다 뜨겁다. 25초의 기다림이 사람들을 변화시켰듯이, 지난 반 년의 시간이 더 많은 사람을 투표장으로 불러 모아 현명한 한 표를 행사하도록 만들길 기대해 본다.
손고운 기자 songon1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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