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뽑뽑요’ ‘고담대구’ 성행
‘호남 검사들 박근혜 구속’ 등
실제와 다른 주장 급속 확산
전문가 “사실 왜곡 위험수위”

5·9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가짜뉴스’와 결합한 신종 지역 비하 발언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삼성 창업주인 고 이병철 전 회장이 ‘호뽑뽑요’라는 말을 유언으로 남겼다는 내용의 가짜뉴스가 등장했다. 호뽑뽑요는 ‘호남사람은 뽑지 말며 뽑더라도 요직에 앉히지 말라’의 준말. 그러나 이 전 회장이 이런 말을 했다는 기록은 어디에도 없다는 게 ‘사실’이다. 또 대구가 영화 ‘배트맨’의 배경인 고담 시티처럼 악의 소굴이고 무법천지라는 뜻으로 ‘고담대구’라는 신조어도 유행어로 쓰이고 있다. 사실 확인 결과, 대구의 살인사건 발생률은 10년째 전국 하위권이며 강도, 성폭행 등 강력범죄 비율 역시 상위권에 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온라인에서는 ‘통구이(대구 지하철 참사 관련 비하 발언)’ ‘홍로코스트’(홍어+홀로코스트. 전남 도민들에 대해 인종청소를 하자는 뜻) ‘착홍죽홍’(착한 홍어는 죽은 홍어뿐) 등 지역감정 수준을 넘은 악질적 혐오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또 ‘흉노족이 신라 왕족이라 경상도 사람이 천박하다’처럼 마치 역사적 유래가 있는 것처럼 꾸며 특정 지역을 깎아내리는 글도 있지만, 이 역시 실제로는 아무 근거도 없는 거짓 주장이라는 게 역사학자들의 견해다.

오프라인에서 퍼지는 지역 비하 가짜뉴스도 심각한 수준이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 앞에 모인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 가운데에서도 사실과 다른 지역 비하 발언을 거리낌 없이 일삼는 경우가 많았다. A(73) 씨는 “여기 있는 경찰은 모두 전라도 경찰이고, 전라도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을) 구속했다”며 “그렇지 않으면 이럴 리가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역시 거짓이다. 박영수 특별검사는 제주 출신이고 김수남 검찰총장은 대구, 한웅재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장은 충남 연기군이 고향이다. 이원석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은 고향이 광주지만,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나왔다.

대구에서 올라왔다는 박 전 대통령 지지자 B(여·43) 씨는 “전라도 넘버를 단 차는 빨갱이 차”라며 “북한으로 가라. 탱크로 밀겠다”는 막말을 했다. 이 또한 사실과 다르다. 이미 2004년부터 등록지역 표기를 없앤 전국 번호판 제도가 시행되고 있어 자동차 번호판은 전남, 전북 등으로 시작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 한국 지역주의의 유래에 대해 저술한 책 ‘만들어진 현실’의 저자인 박상훈 후마니타스 출판사 대표는 “우리나라의 지역주의는 전체 사회의 문제를 특정 지역 문제로 치부해 버리는 방식으로 사안 자체를 왜곡하는 경우가 많다”며 “해당 지역의 실제 문화적 정체성 등과 무관하게 사람들이 나쁘게 생각하는 관념만 갖다 붙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수민 기자 human8@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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