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영 서울대 명예교수 국제정치학

일본 정부가 부산 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에 항의해 소환했던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가 85일 만인 지난 4일 귀임했다. 나가미네 대사는 귀임 이유를 북핵 및 차기 정권 출범 대비라고 밝혔지만, 그동안 한반도 정세 악화로 양국간 ‘안보 공익(共益)’을 위한 관계 개선 필요성을 공감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지금 한반도 정세는 불안하다. 북한은 미국과 중국의 6∼7일 이틀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5일 아침에 동해상으로 스커드-ER 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올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준비사업이 마감단계’에 왔다고 호언한 데 이어, 북한은 지난 3월 ‘새로운 엔진 실험’을 한 바 있다. 북한은 또 이달 중 6차 핵실험을 강행할 징후마저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은 정말 인류의 문제’라고 도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 트럼프 미 행정부는 중국 견제에 나서고, 시진핑 주석도 미·중 패권 경쟁을 마다하지 않는다. 중국은 다양한 보복 행위로 사드(THAAD) 배치에 응한, 약한 고리 한국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미·일 정상회담에 이어 미·중 정상회담도 개최되는 와중에, 한국은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으로 외교·안보 컨트롤타워가 약해지고 정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딱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세 호전만을 기다리지 말고, 서둘러 안보 울타리를 수리, 보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선, 굳건한 한·미동맹 유지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지난달 17일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한은 매우 나쁘게 행동하고 있으며, 미국을 수년간 희롱해 왔다”면서 중국에 대해서는 “그동안 북핵 문제 해결에 별 도움을 주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그리고 차기 한국 정권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해서도 매우 우려하고 있다.

한·일 관계 정상화는 50년이 넘었다. 그동안 양국은 안보·경제·문화 등 제 분야에서 긴밀한 관계를 맺어 왔다. 그러나 한국의 쌓인 한과 경직성이 일본의 오기 및 우경화를 충동해 왔다. 양국 관계의 개선·강화 노력이 쉽지는 않으나, 현실은 양국 간의 갈등 관계 해소를 요구한다. 북한 핵·미사일과 중국의 보복 위협에 직면하고 있는 한국에 한·미·일 협력 강화는 생존의 문제가 된다. 강력한 일본 국력과 미·일 동맹은 한국에 큰 힘이 된다.

특히, 한국은 일본과의 군사정보 교류가 필요하며, 한반도 유사시 일본은 미군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게 된다. 물론 일본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중국과의 경쟁 때문에 한·미 두 나라와 긴밀한 협력을 필요로 한다. 미국 또한 한·일 두 동맹국이 과거를 넘어 미래 지향적으로 협력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위안부·독도·교과서·우경화 문제 등으로 인해 조속한 양국 관계 개선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도 한·일은 양국은 갈등 폭을 꾸준히 줄여나가야 한다. 전후 일본과 한국은 다양한 가치 공유 면에서 관계 개선과 결속이 쉽다. 일당독재 사회주의 국가 중국·북한과 달리, 한·일은 인권이 존중되고, 법치가 실현되며, 언론 자유가 있고, 집회·결사·이주·여행의 자유가 허용되며, 빈번한 문화 교류 행사로 친밀감을 느끼는 자유 민주주의 국가다. 우리는 일본이 입힌 과거의 상처 때문에, 긍정적·생산적 가치 공유를 잊거나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민주주의 제도와 정치 과정 및 가치 공유는 한·일 관계 개선 및 미래를 위한 주춧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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