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정치 / 서병훈 지음 / 책세상
좋은 정치란 무엇일까. 우리의 고민이 아프고 깊다. 이 질문에 대해 신봉수 고려대 중국학연구소 연구교수의 ‘정치 혁명’은 ‘권위’, 정확하게 ‘권위의 복권’을 답으로 내놓는다. 저자는 정치학자 한나 아렌트의 말을 인용해 “현대 정치에서 권위는 사라졌다”고 진단한다. 현대 정치에서 권위는 소멸된 상태라는 것이다. 동서양을 가로지르며 인류 역사에서 정치를, 정치 역사에서 권위를 추적하는 책은 정치의 근본적인 의미를 살피는 것으로 시작한다.
서양에서 정치(politics)의 어원은 그리스어인 폴리티카(politika).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공적인 업무’라는 뜻이다. 동양에서 정치의 의미는 ‘바르게 하는 것’이다. 동서양의 의미를 종합하면 ‘공적인 업무를 바르게 하는 것’이 정치라고 할 수 있다. 현실에서 사람들은 정치라고 하면 권력을 떠올리기 쉽다.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이전투구, 권력의 행사를 정치로 여긴다. 현대 정치의 시조로 꼽히는 마키아벨리도 정치를 권력관계로 이해해 통치자의 유일한 관심은 권력의 획득과 유지라고 주장했다. 이의 연장 선상에서 권력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것이 좋은 정치라고 말하는 학자도 많다.
이런 틀 아래 저자는 문명의 탄생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서구와 동아시아에서 벌어진 권위의 역사를 밟아 간다. 그는 소크라테스와 춘추전국시대를 정치 권위의 부재기, 도시국가 아테네의 몰락과 맹자의 왕도정치 시기를 정치 권위의 여명기, 로마제국의 등장과 중국 최초의 통일 왕조인 진나라 건국기를 정치 권위의 형성과 발전기, 마키아벨리, 루터, 로크, 흄, 칸트, 니체, 베버, 프랑스혁명, 러시아혁명, 중국 공산당 창당으로 이어지는 근대를 권력 정치의 부상과 정치 권위의 변화기로 봤고, 전체주의가 부상한 현대를 정치 권위의 종말기로 구분했다. 게다가 잘못된 권위주의가 진정한 권위의 귀환을 막고 있다.
저자는 권력의 행사를 정치로 생각하는 곳에선 정당한 정치 권위는 없다며 현실적인 해결책으로 국민 참여를 보장하는 제도를 든다.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 국민의 참여를 막는 낡은 제도들을 철폐하고 이를 보장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 헌법에 ‘모든 권력은 국민의 평가를 받는다’는 조항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치학자 서병훈의 ‘위대한 정치’는 존 스튜어트 밀과 알렉시 드 토크빌이 ‘정치’를 두고 벌인 사상적·실천적 분투를 소개하며 ‘좋은 정치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찾는다. 정치를 통해 삶의 근본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신념의 정치’를 추구한 이들은 정치가 사람을 바꾸고 역사를 발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공리주의자 밀은 좋은 정치란 ‘인간을 최대한 발전시키는 정치’이며, 좋은 정부는 ‘진보를 촉진하는 정부’라고 믿었고, 토크빌은 정치의 목적을 물질적·세속적 성취가 아니라 존재가치를 구현하는 것으로 봤다. 결국 사적인 이해관계를 벗어나 공공선에 헌신하는 이들이 국가의 이익을 위해 토론을 벌이는 것, 그것이 이들이 꿈꾼 위대한 정치의 본령이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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