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상 필요한 지불도 못해”
“협조 말하지만 사실상 규제”


중국 정부가 밖으로는 자유무역 수호자를 자처하면서도 안에서는 외국 기업들에 또다시 자금 송금 중단 압력을 가하는 등 기업 경영에 간섭하고 나섰다. 중국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들은 중국 당국의 제재를 우려해 자금 송금을 억제하면서도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6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판궁성(潘功勝) 중국 런민(人民)은행 부총재 겸 국가외환관리국 국장은 지난 5일 다국적 기업 관계자들을 베이징(北京) 외환관리국 사무실로 소집해 자금이 중국에서 유출되지 않도록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자리에는 소니와 BMW, 다임러, 셸, 화이자, IBM, 비자 등 30여 개 다국적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판 부총재는 “안정적이고 적절한 외환 시장은 규제 당국과 시장 참여자들의 공통 이익과 관련돼 있다”면서 “따라서 모든 면에서 협력이 필요하다”고 자금 송금을 자제해 줄 것을 요구했다.

중국 당국은 이번 조치가 새로운 자금 통제 조치는 아니며 단순히 기존의 법과 규제를 집행하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모임에 참석했던 많은 다국적 기업 관계자들은 사적인 자리에서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중국 정부의 자금 유출 억제 조치로 인해 해외 송금은 물론 계약상 필요한 지불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국적 기업들은 중국 정부가 협조 요청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실제로는 매달 외환 거래액을 할당하는 등 사실상 규제를 지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이컵 파커 미·중 기업 협의회 부회장은 “중국의 자금 송금 통제가 배당금 지급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도 중국 정부가 위안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자금 송금 통제를 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면서도 “불행히도 이러한 규제 조치는 자본 계정 거래(자본 유출입)뿐 아니라 경상 계정 거래(무역)에도 충격을 주고 있다”고 우려했다.

SCMP는 많은 시장 전문가들이 중국의 자금 송금 통제 조치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경제 정책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4월 프랑스 대선 △9월 독일 총선과 함께 세계 경제가 직면한 주요 불확실성 중 하나로 지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는 2015년 말부터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 자금 송금 통제를 강화했으며, 이로 인해 지난해 중국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M&A) 계약 상당수가 무산됐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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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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