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사례를 보더라도 대통령 후보에 대한 검증(檢證)은 성역 없이 혹독할 정도로 이뤄져야 한다. 국가 최고지도자를 잘못 선택하는 위험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당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느 정도의 합리적 근거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아니면 말고’식(式)의 비방과 폭로전으로 흐르게 되면 되레 유권자를 현혹해 잘못된 판단을 유도하게 된다. 검증 기간이 턱 없이 부족한 이번 대선의 경우에는 이런 원칙이 더욱 중요하다. 그런데 5·9 대선을 한 달가량 앞두고 선거 판세가 양강(兩强)구도로 급변하면서 위험한 양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1년 이상 견고한 대세론을 이어온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측의 박광온 수석대변인은 6일 안 후보가 지난달 전북 전주에서 열린 행사에서 참석자들과 찍은 사진을 놓고 “조폭과도 손잡는 것이 안 후보가 얘기하는 미래인가”라고 물었다. 사진 속 일부 인물이 조폭이라는 주장이 나오자 이를 근거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이들의 조폭 여부를 두고도 논란이 있지만, 문 후보도 흡사한 사진을 찍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머쓱해졌다. 대선 후보가 행사장에서 사진 촬영을 희망하는 사람들을 물리치기는 쉽지 않다. 문 후보도 마찬가지다. 조폭 관련설 같은 중대한 문제를 제기하려면 상당한 근거를 토대로 하는 것이 합당하다. 오랫동안 기업을 경영해온 만큼 안 후보에게도 검증할 일들이 없지 않을 것이다. 정치 활동 초기의 스타일에서도 짚어볼 문제가 수두룩하다. 이런 것들에 대한 의문을 이성적으로 제기해야지 사이버 공간에 떠돈다며 무작정 소개하는 것은 공당의 자세라고 보기 힘들다.

이와 반대로 각 후보 측이 국민 앞에 성실히 소명해야 할 의혹도 있다.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된 안 후보 측의 선거인단 ‘차떼기 동원’과 포스코 이사회 의장 시절 부실기업 인수 문제는 규명돼야 한다. 문 후보 측은 안 후보에 대해선 철저한 검증을 요구하면서 문 후보 아들의 공기업 특혜 취업 의혹,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 사돈의 음주 교통사고 은폐 의혹에 대해선 소극적이다. 객관적 물증과 관련자 증언까지 제시된 만큼 본인들이 투명하게 해명하면 될 일을 ‘몰랐다’‘이미 해명됐다’며 피해 가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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