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권 내세우며 네번째 격돌
대선후보들 검찰개혁 공감
역대 정부 용두사미로 끝나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 조정’ 문제를 두고 서로의 ‘아킬레스건’을 집중 공격하며 혈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공범으로 검찰을 지목하며 수사권 조정을 밀어붙이고 있고, 검찰은 경찰의 부족한 ‘수사 능력’을 우회적으로 밝히며 ‘경찰의 비대화’에 따른 통제가 불가능한 ‘거대권력’이 될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10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검찰과 대립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면서도 “많은 자문위원들의 검토 결과, 헌법에 (검찰의) 영장청구권이 명시돼 있는 곳은 우리나라밖에 없는 것은 맞는다”고 밝혔다. 검찰과 불필요한 감정싸움은 피하겠지만, 수사권 조정은 반드시 이뤄 내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수사권을 두고 검·경이 다투는 것은 이번이 네 번째지만, 경찰은 올해가 수사권 조정을 이뤄낼 절호의 기회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운하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은 이날 문화일보와 통화에서 “수사권 조정은 낡은 검찰 제도로 인한 병폐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라며 공세 수위를 높이는 기류다. 경찰은 국정농단 사태의 책임이 권력 눈치를 보며 초기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검찰에 있다는 여론전까지 구사하고 있다. 특히 김수남 검찰총장이 2014년 말 정윤회 문건 유출 수사 당시 수사를 이끈 서울중앙지검장이었고, 지난해 미르·K스포츠재단 수사 때 검찰총장으로서 수사를 총지휘한 것을 고려하면 “경찰이 김 총장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대선후보들이 일단 경찰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것도 사태를 증폭시키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검찰 권력을 제어하기 위해 수사권과 기소권은 반드시 분리해야 한다”고 했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수사는 원칙적으로 경찰이 담당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청장은 이날 “국회에서 제대로 만들어주면, 그것에 따라서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을 ‘지휘 대상’으로 인식, 직접적인 맞대응을 자제해 왔던 검찰은 이 같은 기류 변화에 대응 전략을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수남 총장이 직접 나서 “근대적 검찰 제도는 시민혁명의 산물로 국민의 인권을 옹호하기 위해 고안된 것”(7일)이라며 이례적으로 반격한 것과 무관치 않다. 이는 수사-기소권 분리, 헌법상 검사의 영장청구권 독점조항 삭제 등 최근 거론되는 검찰 개혁 방안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수사 능력이 부족한 검찰이 검찰 통제 없이 수사할 경우, 국민 인권 침해가 우려된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은 “경찰이 수사를 독점하면, 통제 불능의 거대권력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검·경 갈등은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 시선은 싸늘하다. 검사·경찰관 비리가 수시로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검·경이 조직 혁신이나 대국민 사법 서비스 향상에는 관심이 없고 ‘추한 권한 다툼’만 벌이는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다.
손기은·최준영 기자 s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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