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탐(色貪)이란 여색(女色)을 몹시 밝힌다는 말이다. 김광도가 유라시아 클럽의 제27번 룸시티로 들어섰을 때 머릿속을 스친 단어가 바로 ‘색탐’이다.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자기만큼 자신을 아는 사람이 없다. 요즘 김광도는 번창하는 룸시티 관계로 매일 회의를 했는데 장소가 바로 룸시티다. 식당에서 밥을 먹듯이 룸시티 클럽에서 스님도 아닌 터에 여자를 보지 않고 나오겠는가? 회의 끝나면 꼭 파트너를 불렀고 오입을 했다. 게다가 여자들이 보통 여자인가? 세계에서 고른 초특급이다. 라스베이거스 초특급 클럽 사장단이 룸시티 견학을 왔다가 귀국하자마자 지배인들을 잘랐다고 했다.
한국의 룸살롱 문화는 일찍이 세계를 선도했다. 그 룸살롱을 한랜드에서 집대성한 걸작이 ‘룸시티’다. 룸시티야말로 유흥, 환락, 사교의 결정체인 것이다. 김광도가 회의를 마쳤을 때는 오후 9시쯤, 어느덧 아까 머릿속을 스쳤던 ‘색탐’이란 단어도 깨끗이 지워진 상태다. 오늘 동석한 멤버는 기획관리실 사장 고영일과 관리사장 안기창, 둘은 유라시아 그룹 창립 멤버나 같다. 셋이 옆쪽 넓은 방으로 옮겼을 때 이미 탁자에는 술과 온갖 안주가 차려졌고 아가씨들이 대기하고 있다. 김광도의 파트너는 갈색 머리칼에 검은 눈동자, 올리브색 피부가 기름칠을 한 것처럼 윤기가 났고 갸름한 얼굴형의 스페인 미녀다. 김광도의 심장 박동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세비야에서 왔습니다.”
룸시티 지배인 로렌스가 김광도에게 여자를 먼저 소개했다.
“한국어는 배우는 중이고 영어는 합니다. 오늘 처음 일하는 날입니다.”
김광도가 머리를 끄덕이자 로렌스는 다른 여자들을 놔두고 물러갔다. 안기창이 그렇게 시켰을 것이다. 김광도가 옆에 앉은 여자에게 영어로 말했다.
“네 소개를 해라.”
“네, 이름은 카리나입니다.”
안기창과 고영일은 제 파트너와 이야기를 시작했고 카리나가 말을 이었다.
“스물셋, 세비야에서 대학 졸업하고 모델 일을 하다가 한랜드에 왔습니다.”
“여긴 왜 온 거야?”
“한랜드에 가는 것이 우리의 꿈이었거든요.”
“우리라니?”
“우리 대학 동기, 모델 친구들, 모두요.”
카리나의 두 눈이 반짝였고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반쯤 벌린 입술이 반들거리고 있다.
“여긴 모든 것이 다 있어요. 우리가 갖고 싶은 것들이오.”
“그게 뭔데?”
“돈, 즐거움, 남자, 꿈.”
“그걸 차지할 수 있을 것 같아?”
“차지할 수 있다는 꿈이 보이거든요.”
“꿈이 보인다고?”
“그것이면 됐죠. 그 꿈을 위해 노력할 테니까.”
“그렇군.”
“가능성이 있는 곳이죠.”
“그것을 어떻게 알아?”
“한랜드가, 코리아가 뻗어 나가고 있지 않아요? 이곳 유라시아 룸시티도…….”
이제 앞쪽의 안기창, 고영일이 이쪽에 시선을 주었고 카리나의 열띤 목소리가 이어졌다.
“전 이곳에 온 순간 생기를 느꼈어요. 공기 속에 에너지가 들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뭔가 이뤄질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