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배우라는 몫이 나 만들어 부담스러워 한다면 책임 회피 앞으로는 老役 많이 맡겠지만 에너지 넘치는 모습 보이고파 성인연기자 신고‘바람 불어…’ 내연기의 터닝포인트‘투캅스’ 시기따라 ‘변곡점’ 된 작품들”
13일부터 주연작 27편 상영
“지금까지 다뤄지지 않은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내며 배우의 매력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올해 데뷔 60주년을 맞은 배우 안성기(사진)는 앞으로 펼쳐질 자신의 연기인생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는 10일 문화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 세월이 실감 나지는 않지만 지금껏 이렇게 작업해 올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한다”며 “아무래도 앞으로는 노역(老役)을 많이 하게 되겠지만 바람이 있다면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 그래야 나도 지치지 않고, 보는 분들도 지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섯 살이던 1957년 김기영 감독의 ‘황혼열차’로 데뷔한 안성기는 10대 중반까지 아역 배우로 활동하다가 10여 년 공백을 가진 뒤 1978년 성인 연기자로 변신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황혼열차’는 김기영 감독님의 친구였던 아버지 손을 잡고 가서 시키는 대로 했고, 그 이후 전혀 기억에도 없는 수십 편에서 아역 연기를 펼쳤다”며 “성인 연기자로 재데뷔했을 때는 영화가 어떤 거라는 걸 아는 상태에서 ‘이거 한번 인생을 걸고 해보자’는 다짐과 각오를 했다. 지금은 영화를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화배우로 살아온 것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고맙고 행복하게 생각한다”고 밝힌 그는 “‘국민배우’라는 수식어가 부담스럽게 다가오지 않느냐”는 말에 “그런 몫이 나를 만들어 왔다. 그걸 부담스러워하면 책임회피라고 할 수 있다”며 “나 자신을 너무 내려놓지 않고, 다그치며 계속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내가 걷고 있는 길은 나의 길이기도 하지만 우리 배우 전체의 길이기도 하다”며 “배우라는 직업이 정년은 없지만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잘해야 한다는 사명감과 책임감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영상자료원(원장 류재림)은 13일부터 28일까지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영상자료원 본원에서 안성기의 영화인생 60년을 되짚어 볼 수 있는 ‘한국영화의 페르소나, 안성기展’을 개최한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안성기가 아역 시절 참여했던 작품부터 성인 연기자로 다채로운 캐릭터를 보여준 작품까지 주요작 27편을 상영한다. 특히 개막작인 ‘하얀 전쟁’(감독 정지영·1992년)은 영상자료원 파주보존센터에서 4K 화질로 복원한 디지털 영상으로 처음 관객과 만난다.
그동안 수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한국영화의 스펙트럼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안성기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을 묻는 질문에 “시기에 따라 변곡점이 된 작품들이 있다. ‘바람불어 좋은 날’(감독 이장호·1980년)은 성인 연기자로 이름을 알린 작품이고, ‘만다라’(감독 임권택·1981년)와 ‘고래 사냥’(감독 배창호·1984년)은 대중적으로 많은 사람과 만났던 영화”라며 “또 베트남어를 전공한 내가 베트남전을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한 ‘하얀 전쟁’에 출연한 것도 의미 있었고, ‘투캅스’(감독 강우석·1993년)는 내 연기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그리고 한국영화 사상 첫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실미도’(감독 강우석·2003년)에도 합류했고, ‘라디오 스타’(감독 이준익·2006년)에서 맡은 역할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충무로 환경이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여러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온 그는 “예전부터 한국영화가 너무 상업화되거나 기술적으로만 앞서가면 곤란하다는 생각을 해왔다”며 “영화는 여러 사람이 힘을 모아서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그 사람들의 진실성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후배들에게 “처음 시작할 때 가졌던 좋은 마음과 좋은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상황이나 환경에 의해 점점 변해가는 게 사람이지만 뭔가를 얻고 나서 변하지 않아야 자연스럽게 잘 흘러갈 수 있다”고 애정 어린 조언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