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정상회담’으로 주목을 받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만남은 공동 기자회견은 물론 공동성명조차 없이 지난 7일 끝났다. 우리의 최대 관심사는 북핵 문제와 미국의 사드(THAAD) 배치에 대한 두 정상의 입장 조율이었다. 그러나 회담 뒤 열린 브리핑에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북한의 핵 개발이 ‘심각한 단계’에 있다고 두 정상이 공감하고, 이를 억제하기 위해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는 정도만 언급했다. 사드에 대해서도 미국의 기존 입장 전달에 그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면서 앞으로 “많은 나쁜 문제들이 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해 주목을 끌었다. 양국 정상 간의 암묵적인 합의를 시사하는 것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만약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선다면 그건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리더십에서 비롯된 결과일 것이다. 정상회담 첫날 시리아에 대한 미국의 전격적인 공습도 시 주석에게 강한 인상을 주었을 것이다. 이번 공습은 미국이 더 이상 시리아·북한·이란 같은 불량국가들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를 엿본 시 주석이 북핵 문제를 놓고 과연 미국과 계속 충돌의 길을 택할지 의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찍이 “중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미국이 단독적으로 해결할 것”이라고 일관되게 밝혀왔다. 중국의 협력이 있든 없든,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 옵션을 포함한 대북 ‘독자 대응’을 단계적으로 실행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 옵션으로는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과 금융기관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조치가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다. 그 외에도 미국이 할 수 있는 것은 대북 사이버전 강화와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이다. 군사적으로는 사드 추가 도입, 전술핵무기 재배치, 그리고 북한의 군 시설에 대한 선제타격이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분명 국제질서의 새 판을 짜고 있다. 지난달 부산항에 입항해 독수리 훈련에 참가했던 미 항공모함 칼빈슨호는 호주로 갈 예정이었는데, 항로를 한반도로 변경했다. 미국이 북핵 위협에 본격적으로 맞설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핵 문제의 직접적인 피해자는 결국 대한민국이다. 미국이 북핵 해결을 위해 발 벗고 나선 지금 우리는 어떻게 보조를 맞춰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한 가지 방법은 제도적인 연결고리를 첨단 무기 시스템인 MD를 통해 강화하는 것이다. 아·태 지역에서 미국의 동맹인 호주와 일본은 이미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사업이다. 미국으로부터 최고의 동맹국 대우를 받고 싶어하면서 MD 참여를 외면해온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한국도 호주와 일본에 이어 MD 사업에 동참해야 한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빈번한 지금 중국의 눈치만 보고 있을 때가 아니다. 급변하는 국제질서 속에 어설픈 미·중 간의 ‘균형외교’는 이제 설 자리가 없다.
같은 맥락에서 중국이 북한을 버리고 우리 편을 들어줄지도 모른다는 환상은 더 이상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중국과 한국은 군사·안보 의식과 전략의 차이가 극복되기 전에는 진정한 파트너가 되기 힘들다. 또한, 아무리 중국이 변했다 해도 가치관과 이념이 다른 공산체제와의 차이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미·중 정상회담 후 시 주석의 기세가 한풀 꺾인 지금을 우리도 대미, 대중관계를 명확히 정리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