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척만 ‘빌더스 디폴트’ 가능성
법정관리가 낫다는 판단 선듯
RG콜 규모 따라 피해부담 영향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P플랜(Pre-Packaged Plan·사전회생계획제도, 초단기 법정관리)을 회피할 생각은 없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의 P플랜 돌입 시) 대한민국 구조조정이 ‘턴어라운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정용석 한국산업은행 구조조정부문 부행장)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채무 조정을 위한 사채권자 집회(17∼18일)를 앞두고 산은이 국민연금공단 등 사채권자를 향해 오히려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고통 분담의 원칙을 무너뜨리며 사채권자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보다는 법정관리의 일종인 P플랜으로 가는 게 더 낫다는 판단에서다.

11일 산은 등에 따르면 대우조선의 건조 선박 114척 가운데 96척 계약이 대우조선 법정관리 시 선박 계약 취소 사유가 되는 ‘빌더스 디폴트(Builder’s default)’ 조항을 담고 있다. 또 이 중 40척이 실제 취소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삼정KPMG의 분석 결과다. 빌더스 디폴트는 발주사가 건조사에 미리 준 선수금에 대한 환급 요청(RG콜)으로 이어져 산은과 수출입은행 등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산은은 40척 중 빌더스 디폴트 가능 선박을 소난골(앙골라 국영석유회사)과 시드릴이 각각 2척씩 발주한 드릴십(원유 시추선)을 포함해 총 8척으로 내다봤다. P플랜에 들어가더라도 RG콜 규모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오세현 산은 기업구조조정1실 팀장은 “선주가 대우조선에 발주를 취소하고 다른 조선사를 선택할 대안이 있느냐 등을 종합 검토했을 때 40척 대부분 취소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면서 “P플랜 돌입 이후에도 선주와 약속한 날짜에 제때 인도한다고 가정했을 때 취소가 날 수 있는 건조 중인 선박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산은은 전체 대우조선 회사채 중 30%(3887억 원) 가량을 쥐고 있는 국민연금의 요구에도 불수용 의사를 분명히 했다. 앞서 국민연금은 대우조선이 발행한 총 5개 회사채 중 오는 21일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6-1·4400억 원)를 먼저 상환하고 나머지 회사채에 대해서만 채무 재조정을 하자고 산은에 요구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정 부행장은 “대우조선의 상환 능력상 (4월 만기 회사채 상환은) 가능하지도 않고, 이후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와의 형평성과 여타 이해관계자와의 공정성 측면에서 수용할 수 없다”면서 “사채권자들이 (대우조선 회사채가)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그걸 인정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윤정선 기자 wowjota@munhwa.com
윤정선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