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로 스카이’창업 이구형 박사

“실리콘밸리는 미국식 자본주의, 즉 자유 경쟁으로 스스로 굴러가는 자동차와 같습니다.”

지난 3월 30일 실리콘밸리 중심 도시 새너제이에서 만난 한국 벤처기업 ‘뉴로스카이(Neurosky)’의 공동창업자 이구형(사진) 박사는 “실리콘밸리의 창업 생태계는 스스로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동력의 힘은 특히 투자자로부터 나온다고 했다. 정부가 주도하는 한국의 창업 환경 조성과 정반대인 셈이다. 그는 “기술과 도전에 대한 공정한 대가가 부여되기 때문에 전 세계 유능한 엔지니어들이 이곳에 몰리는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창업자를 평가할 때는 한 번도 창업해 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는 C를, 창업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사람에겐 B를 줄 만큼 시행착오에 대한 경험을 높이 산다”고 말했다.

동국대 겸임교수를 지낸 이 박사는 LG 연구원 출신이다. 뉴로스카이는 ‘뉴로 기술’을 적용한 ‘뉴로 헤드셋’을 세계 최초 개발해 주목을 받았다. 뉴로 기술은 뇌파와 눈동자 움직임의 상호 작용을 통해 사물을 움직이도록 하는 기술로, 2010년에는 미국 산업기술 혁신상을 받기도 했다.

이 박사는 대기업 중심의 일자리 창출은 한계가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기업, 공공기관에 의존해 이들에게 일자리 늘리기를 압박할 게 아니라 1인 기업, 중소기업을 육성해야 한다”며 “기술이 주도하는 사회에서는 소규모 자본만으로도 엄청난 경제 가치를 창출해 내는 기업이 탄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4차 산업 육성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이 박사는 “연구·개발(R&D) 예산을 확대한다고 하는데, 그 연구비를 제대로 쓸 만한 전문가가 부족하다”며 “선진국에선 100원 가지고 할 연구를 300원 가지고 한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투자 대비 효율이 최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선진국이 하는 거면 다 하겠다고, 무작정 따라가선 안 된다”며 “5년, 10년 후를 내다볼 수 있는 장기적 과학 발전 로드맵을 만들어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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