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5% “자기성찰”로 기억
“저항시인” 꼽은 건 8.7%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
‘별’ 28.8 ‘부끄러움’ 23.0%
‘서시’ ‘별 헤는 밤’ 좋아해
시인 윤동주(1917∼1945·사진)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 이미지가 ‘저항 시인’에서 ‘자기성찰의 시인’으로 변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아 다양한 기념사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윤동주를 바라보는 대중의 인식이 눈에 띄게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11일 김응교(숙명여대 교수) 문학평론가가 실시한 ‘윤동주를 어떻게 기억하는가’ 인터넷 설문조사에 따르면, ‘윤동주를 어떤 시인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총 응답자 1082명 중 78.5%가 ‘자기성찰의 시인’을 꼽았다. 세부적으로는 ‘자기성찰의 시인’이 27.0%, ‘자기성찰하고 실천을 꿈꾸었던 시인’이 51.5%였다.
반면 기존에 다수를 차지한 이미지였던 ‘저항 시인’은 8.7%로 한 자릿수에 그쳤다. ‘민족 시인’(1.8%)과 ‘기독교 시인’(0.5%)이라는 응답도 미미한 수준에 머물렀다.
이번 설문조사는 대산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아 지난 3월 1일부터 31일까지 한 달간 인터넷 독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김 교수는 윤동주에 관한 대중의 인식을 살펴보는 10가지 주·객관식 문항을 만들어 답변을 수집했다. 설문 시작 보름여 만에 응답자가 1000명을 넘어 독자들의 깊은 관심을 반영했다.
김 교수는 “매우 흥미로운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는 기존에 윤동주를 이데올로기적 측면으로만 대하던 것에서 나아가, 이제는 보다 건강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윤동주를 왜 좋아하나’라는 설문에서도 이 같은 성향은 뚜렷했다. 시인의 작품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볼 수 있는 ‘시가 좋아서’라는 답변이 73.8%로 가장 많았다. ‘이 시대에 필요하니까’(12.5%)라든가 ‘교과서에 나와서’(2.2%) 같은 이념적·수동적 항목의 응답률은 떨어졌다.
‘윤동주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묻는 주관식 설문에서도 사람들은 ‘저항’보다는 ‘심성’ 혹은 ‘성찰’을 택했다. 가장 많이 적어낸 단어가 바로 ‘별’과 ‘부끄러움’이었다. 각각 28.8%, 23.0%로 1, 2위를 차지했다. 둘 다 서정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3위는 ‘성찰’(7.2%), 4위는 ‘하늘’(5.9%)이었다. ‘저항’은 4.1%로 5위였다.
김 교수는 “사실 ‘부끄러움’이 압도적으로 많을 줄 알았는데 ‘별’이 나와서 놀라웠다”면서 “그 이유는 아마도 독자들이 사랑하는 시와 관계가 있는 듯하다. 설문 결과 윤동주의 시 중 가장 사랑하는 시, 외우는 시의 첫 번째는 ‘서시’이고, 두 번째는 ‘별 헤는 밤’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김 교수는 윤동주를 좋아하게 된 계기, 윤동주의 시가 자신의 삶에 끼친 영향 등을 조사·분석하고 있다. 이에 관한 최종 분석 결과는 오는 27일 대산문화재단 주최로 열리는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 문학제’ 심포지엄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김 교수는 “아직 설문 결과 분석이 끝나지 않았지만 분명한 것은 이제 윤동주를 하나의 카테고리에 가두면 안 된다는 것, 국정 교과서식으로 하나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단순한 윤동주 열풍이 아니라 새로운 윤동주 찾기, 윤동주 작품 새로 읽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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