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安 양강구도 급속재편되자
이미 자기역할 했다 생각한 듯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뒤 대선 출마를 준비해 온 김종인(사진)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12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지지율 급상승과 김 전 대표의 불출마 선언으로 ‘제3지대 빅텐트’나 ‘반문(반문재인) 연대’ 움직임은 사실상 소멸했다.

김 전 대표는 이날 오후 ‘대선 행보를 멈추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대선 불출마 입장문을 낸다. 김 전 대표 측은 “김 전 대표가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 안 후보와의 양강구도가 만들어진 이후부터 불출마를 고민해 왔다”면서 “자신의 민주당 탈당으로 문재인 대세론에 제동을 걸고 양강구도를 만드는 데 일조한 것으로 이미 대선 정국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불출마 선언 배경을 설명했다.

김 전 대표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게 된 것은 정운찬 국무총리와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과 함께하려던 3각 연대를 통한 제3지대 구축이 무산된 데다 문 후보와 안 후보 간의 양강 체제가 굳혀지고 있다는 판단에 자신이 설 자리가 더 이상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의 미미한 지지율도 사퇴의 한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가까운 인사들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인용 이후 문 후보는 안 된다는 인식이 싹트면서 내 역할이 있을 것으로 봤는데 너무 빨리 상황이 정리돼 안 후보로의 급격한 표의 이동이 이뤄져 대선 국면에서 내 역할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대표 측은 “김 전 대표가 타 후보를 지지하는 것과는 관련 없이 이미 문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가 국민에게 전달이 됐다. 김 전 대표의 민주당 탈당과 문·안 양강구도 형성으로 김 전 대표는 사실상 중요한 목표 하나를 이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당분간 잠행하면서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여부를 고민할 것으로 예상한다.

김 전 대표는 11일 성명을 통해 “한반도 안보 위기 상황이 엄중하다. 대선주자들도 자신의 선거운동에 급급할 게 아니라 안보 위기 극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며 “대선 이후에도 40석 정당과 119석 정당으로는 누가 당선돼도 안정된 통치와 정책 결정이 어려운 상황인 만큼 결국 통합정부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김 전 대표가 ‘통합 정부’를 내세우는 후보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도 있다. 김 전 대표와 제3지대를 논의하던 홍 전 회장도 12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국민 대타협을 위해 지식인으로서 역할을 찾을 것”이라며 불출마 의사를 다시 한 번 표명한 뒤 “대선을 앞두고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홍 전 회장은 “대통령 선거에 나가겠다는 얘기를 한 적이 전혀 없다”고도 말했다.

신선종 기자 hanul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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