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군 누출” 주장 러 궁지 몰아
몬테네그로 나토 가입도 승인
美,외교회담 앞두고 강경압박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시리아 문제 해결을 위해 러시아를 방문한 가운데 백악관은 러시아 옥죄기에 나섰다. 미 정부는 러시아가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을 은폐하려 했다고 비난하는 한편 러시아가 반대해 온 몬테네그로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도 승인, 러시아를 궁지로 모는 모양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11일 백악관 관계자는 “러시아가 거기(시리아)서 발생한 일을 감추려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며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을 감싸는 러시아를 규탄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미 정보기관과 다수의 기밀 보고서를 통해 시리아 정부가 자국민에게 사린가스를 사용했음을 확인했다며, 시리아와 러시아 정부가 허위 사실로 국제사회를 혼란스럽게 한 증거도 확보했다고 전했다. 기밀문서에는 시리아 측의 전투기가 지난 4일 시리아 북부 이들리브주 칸세이쿤에서 화학무기를 길 한가운데 투하하는 영상, 위성사진 등도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그간 알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을 부인해 왔다.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한 게 아니라 공습을 받은 반군의 창고에서 화학무기가 누출됐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이날 백악관 관계자들은 “미 정보기관들은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나 기타 테러 집단이 사린가스를 보유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러시아는 해당 물질이 사린가스가 아닐 거라고 주장하지만 이 역시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실제로 터키 정부도 이날 시리아 화학무기 공격 피해자들에게서 추출한 혈액과 소변을 검사한 결과 사린가스 제조 부산물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러시아에 대한 이 같은 미 정부의 비판은 틸러슨 장관이 러시아에 도착한 직후 나온 것이다. 이날 모스크바 국제공항에 도착한 틸러슨 장관은 12일 오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회담이 예정돼 있는데, 회담이 시작되기도 전에 양측의 갈등은 고조되고 있다.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가 냉전 이후 최악의 지점에 도달했다고 비판했고, 틸러슨 장관도 모스크바로 출발하기 전 이탈리아에서 기자들에게 러시아가 알아사드 정권을 퇴출하는 데 도움이 되길 원한다고 강력히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틸러슨 장관의 전용기가 모스크바 국제공항에 착륙할 무렵 공항 바로 인근에서 들불이 발생해 러시아 당국이 긴급 진화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한편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발칸 반도 국가인 몬테네그로의 나토 가입안에 서명했다. 러시아는 나토가 발칸 국가들을 가입시켜 러시아를 포위한다고 우려해온 만큼 이번 계기로 미·러 갈등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손고운 기자 songon1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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