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회사채 상환·유예요구
산은, 우선상환 수용불가 방침
극단 대립… P플랜 가능성 커져
“양측 이기주의로 조정 물거품”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회사채 최대 보유자인 국민연금공단이 채무 조정을 둘러싸고 한치의 양보도 없이 ‘기(氣) 싸움’만 벌여 이해관계자 간 타협을 통한 자율적 구조조정은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산은과 국민연금이 극단적으로 대립하면서 대우조선 구조조정이 성공 가능성을 확신할 수 없는 데다 채권자들이 더 큰 손실을 떠안아야 하는 사실상의 법정관리인 ‘P플랜(Pre - Packaged Plan·사전회생계획제도)’으로 치닫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오는 21일 만기가 도래하는 대우조선 회사채 6-1(4400억 원)의 40% 이상인 1900억 원을 쥐고 있다. 이는 국민연금이 보유한 대우조선 회사채(3887억 원) 중 절반에 가까운 액수이기도 하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 자금을 투입한 투자금을 최대한 회수하기 위해 4월 만기 회사채를 우선 상환하거나 유예하는 방안을 산은에 요구해 왔다. 하지만 산은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산은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그동안 4월 만기 회사채에 대해서 ‘먼저 갚고 얘기하자’ ‘갚지 못하면 유예라도 하자’며 요구했는데, 결국 자기들 손실만 줄이겠다는 이기주의의 극치”라고 비난했다. 이 관계자는 “당장 대우조선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국민연금 요구대로 유예하더라도 이는 결과적으로 ‘땜질식 처방’일뿐 오히려 대우조선 경영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의 불만도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산은이 대우조선의 실상에 대해 정확히 알려주지 않고, 일방적인 고통 분담만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양측이 공개적으로 대립각을 세우면서 당장 오는 17∼18일 열리는 사채권자 집회에서 채무 조정이 부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대우조선 구조조정이 P플랜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에선 P플랜으로 갈 경우 산은과 수출입은행의 신규자금 지원 규모가 기존 2조9000억 원에서 최대 3조9000억 원까지 1조 원 이상 더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회사채 투자자 역시 법원이 주도하는 강제적인 채무 재조정의 결과로 출자전환(빚을 주식으로 전환하는 것) 비율이 50%에서 90%까지 커질 전망이다. 그만큼 국민연금의 손실도 커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장 최선의 선택인 대우조선에 대한 자율적 구조조정이 서로의 이기주의로 물거품 되는 꼴”이라고 말했다.
윤정선 기자 wowjot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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