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용 전남대 명예교수 경제학

한때 잘 살았던 아르헨티나는 후안 도밍고 페론이 집권해 강력한 분배 우선 정책을 편 결과 경제가 형편없이 망가져 지금은 그저 축구 잘하는 나라로 전락했다. 또, 우고 차베스 집권 이후 베네수엘라 경제는 만신창이가 돼 국민은 하루하루 먹고살기도 어려운 아수라장이 됐다. 중국은 마오쩌둥 치하에서 수많은 사람이 굶어 죽었다. 북한은 지금 중국의 마오쩌둥 시절을 답습하면서 주민들은 그야말로 피폐한 삶을 살고 있다. 국가가 경제에 폭력적으로 개입하고 간섭한 결과다.

반면에 6·25 동란 이후 빈곤의 늪에서 허덕이던 대한민국은 지금은 가난의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나 세계 15위 안에 드는 경제력을 자랑하는 부유한 나라가 됐다. 부존자원이라고는 거의 가진 것이 없는 홍콩은 1인당 소득 3만 달러가 넘게 잘살고 있다. 마오쩌둥 시절 아사자(餓死者)가 속출했던 중국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으로 토지에 대한 사유 재산권을 대폭 허용하면서 3년 만에 굶어 죽는 사람이 모두 사라졌다. 경제 주체들에게 폭넓은 자유를 허용한 덕분이다.

이런 엄연한 역사적 사실과 그에 대한 명확한 이론적 증명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경제를 주도해야 한다는 생각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런 경제관(經濟觀)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에는 불공정한 경쟁이 다반사이고 정글의 법칙이 적용되므로 정부가 이를 교정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동물의 세계와 달리 인간 사회에서의 경쟁은 이기심으로 충만한 사람들을 상호 협동으로 이끌어 재화의 공급을 늘림으로써 갈등을 조화로 해결한다. 인류는 그렇게 제한된 자원을 경쟁을 통해 효과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오늘날과 같은 풍요로운 세상을 이룩했다. 중요한 사실은 그런 세상은 정부의 간섭이 없거나 최소한으로 제한될 때 빠르게 이룩된다는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저금리 정책에서 비롯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탓은 엉뚱하게도 신자유주의에 돌려졌다. 이후 각국 정부의 경제 개입은 심해졌다. 한국에서도 경제민주화 입법이 넘쳐났다. 물론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불공정 경쟁이 심해졌고 경제는 나아지지 않았다.

이제 제19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27일 앞으로 다가왔다. 각 정당의 후보들도 모두 확정돼 유권자들의 표를 얻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주요 쟁점은 단연 안보와 경제다. 국가의 임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국방과 치안이다. 그런데 일부 후보자들의 안보와 외교에 대한 청사진은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북핵(北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 설득력 있는 구상을 밝히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데도 별다른 말이 없다. 국민이 불안해하는 이유다.

경제에 관해서는 대체로 경제민주화 공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형국이다. 그 의미도 모호한 평등이 한국 사회의 대세가 돼 버린 지금, 경제민주화는 표를 얻기 위한 고육책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경제민주화 일색에서 벗어나, 경제는 기업과 민간이 주체가 돼야 한다는 견해가 등장했다. 즉, 천편일률적인 경제민주화 공약에서 벗어나 후보자 간의 경제관 차이가 부각된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정부 개입주의와 경제적 자유주의 간의 차이를 알고 각 노선이 경제에 미칠 영향을 면밀하게 따져봐야 할 임무가 유권자들에게 주어졌다. 유권자들이 그런 임무를 할 수 있어야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대선이 될 수 있다. 이번 대선이 그런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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