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강력” → “러와 관계 최악”
외교·안보정책 변화 두드러져
저금리 비판하다 “선호” 바꿔
反자유무역 색채도 희미해져
쿠슈너 등 온건보수파 힘받아
오는 29일로 출범 100일을 맞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안보 및 경제 정책이 속속 정통 노선으로 복귀하고 있다.
출범 초기 고립주의·보호무역주의 색채가 강했던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노선은 미국의 전통적인 국제주의·자유무역주의 세계질서 존중·준수로 회귀하는 모양새다. 이 같은 기류변화는 백악관 내부 권력투쟁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선임고문 등 ‘온건 보수’파가 스티븐 배넌 수석전략가 등 극우파들의 공세를 밀어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통’ 복귀가 가장 두드러진 분야는 외교·안보다. 북한 문제에서부터 대중·대러시아 관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캠페인에서 주장했던 반(反)주류 정책들이 집권 3개월째 접어든 이달부터 확실히 수위가 낮아졌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12일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의 공동기자회견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도 연달아 확인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기존 나토 회원국에 대한 방위비 증액 요구는 유지했지만, 과거 “나토는 무용하다(obsolete)”는 발언에 대해 “이제는 무용하지 않다”며 말을 뒤집었고, “나토는 국제평화·안보를 지키는 방어벽”이라면서 동맹 방어 공약도 재확인했다.
또 한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우리 미국 대통령보다 더 강력하다”며 칭찬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 잘 지내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와의 관계는 현재 역대 최악”이라면서 입장을 바꿨다. 푸틴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이날 러시아에서 이뤄진 기자회견에서 “미·러 관계는 신뢰가 낮다”면서 부정적 평가를 내놨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영향력이 있는데도 북한 문제를 풀지 않고 있다”며 비판했던 중국에 대해서는 “중국이 북한 문제에서 협력하려고 한다”면서 180도 태도를 바꿨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압박 카드로 사용해온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유럽과의 동맹을 중시하고, 우크라이나·시리아 문제로 틀어진 러시아를 압박하고, 중국과는 갈등·협력 카드를 동시에 사용했던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전통적 외교정책 노선과 유사하게 된 셈이다.
외교·안보뿐 아니라 경제정책에서도 반(反)자유무역주의 색채가 희미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연방준비제도(Fed)의 저금리 유지에 대해 “민주당 후보가 유리하게 만들려는 것”이라면서 비판했는데, 이날 WSJ와의 인터뷰에서는 “솔직히 나는 저금리 기조를 좋아한다”면서 말을 바꿨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정치적 인사”라고 비판했던 재닛 옐런 Fed 의장은 이제 끝장(toast)이냐는 질문에 “아니다. 나는 그녀를 좋아하고 존중한다”고 했고, 수출입은행 폐지 공약에 대해서도 “수출입은행이 소기업들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번복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위험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입장을 바꾸고 있다”면서 “나토에서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수출입은행까지 각종 현안에서 보다 전통적 방향으로 변하고 있지만, 단 한 가지 바꾸지 않는 것은 사업가의 유연성과 이에 따른 불예측성”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 = 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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