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소리 카페로 재탄생 예정
한때 전북지역에서 유명했던 요정(料亭) ‘행원(杏園·사진)’이 최근 영업을 접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지난 2003년, 유흥음식점인 요정에서 한정식으로 업태를 바꿔 영업해 왔지만 경기침체와 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의금지에관한법률(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개업 75년 만에 문을 닫았다.
건물은 그대로 유지하며 ‘한옥 소리 카페’라는 이름으로 재단장할 예정이라고 하지만 ‘행원’이라는 이름이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2년여간 행원을 한정식집으로 운영한 고모 씨는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공직자와 기업인들 중심의 만찬 손님이 확 줄면서 임차료를 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폐업 소회를 밝혔다. 일제강점기에 등장한 요정은 일반 유흥음식점의 일종으로 유흥업 종사자를 두고 주류와 음식물을 판매하며 가무(歌舞)를 행할 수 있는 접객업소를 말한다.
‘행원’은 1942년 전주의 마지막 기생으로 불리는 남전(藍田) 허산옥(1926∼1993)에 의해 영업을 시작했다. 1983년 무렵, 판소리 명인이며 전북도 무형문화재인 성준숙(여·73) 씨로 주인이 바뀌면서도 전주를 대표하는 요정으로 명성을 이어왔다. 전주한옥마을 인근에 있는 행원은 특히 서울의 ‘삼청각’처럼 지방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 유지들의 연회 장소로 활용되는 등 한때 밀실 정치의 상징으로 부각됐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룸살롱 문화에 밀려 명맥만을 이어오다 경영난이 가중됐고 수년 전 건전한 국악공연을 보며 식사를 할 수 있는 한정식집으로 변신했지만 결국 문을 내리게 됐다. 행원은 특히 독특한 일본식 한옥 구조로 이목을 끌었다. 건물 앞마당에 정원을 둔 우리나라와는 달리 ‘ㄷ자’ 건물 안쪽에 작은 연못과 정원을 갖춘 일본식 한옥으로 설계돼 그간 관광객들이 사진 촬영을 위해 몰리기도 했다. 굴곡의 역사를 안고 뒤안길로 사라진 행원은 집주인에 의해 일반인들이 드나들 수 있는 카페 등으로 개조될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박팔령 기자 park8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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