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는 소나무다. 설문조사를 해보면 50%에 가까운 압도적 지지를 받는다. 애국가 가사에도 등장하고, ‘정2품’ 벼슬을 받은 소나무도 있다. 그런데 소나무가 자칫 우리 땅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소나무재선충 때문이다. 1988년 일본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소나무재선충은 ‘소나무 에이즈’라 불릴 정도로 확산 속도가 빠르고 회복도 어렵다.
식물을 위협하는 것은 재선충만이 아니다. 2015년 처음 발견된 과수화상병도 위험한 병이다. 과수화상병 박멸을 위해 지금까지 약 120곳의 사과·배 과수원을 갈아엎었다. 전국으로 퍼진 미국 선녀벌레와 꽃매미는 우리 농림업과 자연을 심각하게 파괴하고 있다. 이러한 식물 병해충은 다양한 종류의 식물에 해를 끼칠 뿐 아니라 잠복기가 길어 일단 유입되면 박멸하기가 매우 어렵다.
최근 개방화가 본격적으로 진전돼 농산물 교역이 늘고 사람과 물자의 이동이 늘어난다. 여기에 기후변화까지 나타나면서 외래 병해충 유입 가능성이 점증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외래 병해충 검출 건수는 2000년에 비해 117%나 급증한 1만3529건에 이른다. 식물 병해충 피해는 전 세계적으로 늘어난다. 미국은 아시아집시나방에 의해 숲이 파괴되면서 연간 8억 달러의 손실을 보고 있고, 뉴질랜드는 키위궤양병 유입에 따라 2500만 달러의 방제비를 투입하고 있다.
특정 국가의 검역 노력만으로는 식물 병해충을 박멸하긴 어렵다. 국제적인 협력과 신속한 정보교환이 필요하다. 유엔은 1951년에 ‘국제식물보호협약(IPPC)’을 설립하고, 병해충의 주요 전파 경로인 농산물 무역과 관련된 식물검역 국제 기준을 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4년 아시아 국가로는 최초로 IPPC 의장을 배출하는 등 식물검역 분야 국제 협력에 선도적 역할을 수행해 왔다.
식목일이던 지난 5일부터 일주일 동안 세계 각국의 식물검역 대표가 모인 가운데 ‘제12차 IPPC 총회’가 인천에서 열렸다. 이번 총회에서는 종자, 목재, 재식용 식물에 사용되는 재배 물질, 흙 등이 붙은 채 이동할 수 있는 중고자동차 및 기계의 국가 간 이동 시 검역 기준, 병해충 검출 시 사용되는 소독 처리 기준 등 새로운 식물검역 국제 기준 15건이 제정됐다. 또, 식물 보호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확산을 위해 2020년을 ‘유엔 세계 식물 보호의 해’로 정하기로 했다.
식물 병해충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농산물 수출·수입국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농산물 수출국은 국제 기준에 따라 식물 병해충이 없는 깨끗한 농산물을 수출해야 하고, 수입국은 과학적이고 철저한 검역을 통해 병해충 유입을 차단하며 병해충이 발견됐을 때는 신속히 방제해야 한다. 정부의 방제뿐만 아니라 농가, 관련 단체를 비롯해 일반 국민의 관심과 협조도 필요하다. 해외 관광객을 통해 병해충이 유입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망고, 오렌지, 포도 등 수입금지 농산물은 개인적으로 반입해선 안 된다. 해외 출국 시에도 마찬가지로 해당국의 검역 기준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 개인의 작은 실천이 위험한 병해충으로부터 국내외 식물을 보호하는 기초가 된다.
30년생 소나무 한 그루는 연간 6.6㎏의 이산화탄소(CO2)를 흡수한다. 1㏊로 환산하면 연간 10.8t이나 된다. 식물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가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식물의 소중함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많은 식물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4월이다. 소중한 식물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대책이 성과를 거두고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는 4월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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