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8년 간 지속돼 온 긴 불황의 터널을 드디어 벗어나는 조짐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그 선두는 단연 미국이다. 성장률은 잠재성장률 수준에 이르러 완전 고용으로 간주되는 실업률 5.0%를 밑돌고 물가상승률도 연준 목표 수준 2.0%를 웃돌면서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양적완화 통화정책과 혁신이 일등 공신임은 말이 필요 없다. 일본도 아베노믹스에 힘입어 20년 불황 탈출 조짐이 역력하다. 20년 구직난을 벗어나 구인난이다. 유로존 영국도 회복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경제성장률을 올해 3.1% 내년 3.4%로 전망하고 있다. 4월 중 연차총회에서 더 상향 조정될 전망이다.
문제는 한국 경제다. 세계 경제는 일제히 반등하고 있는데 한국 경제만 ‘춘래 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13일 발표한 한국은행 경제 전망은 올 성장률을 2.6%로 1월 전망 대비 0.1%포인트 올렸다. 하지만 지난해 2.8%에 비해서는 낮은 수치다. 가장 큰 문제는 2012년 이후 한국 경제의 연평균 성장률이 줄곧 세계 경제 평균 성장률을 밑돌고 있다는 점이다.
2012년 이후 세계 경제는 불황에도 불구하고 평균 3.3% 성장한 데 비해, 한국 경제는 2.8% 성장에 머물렀다. 한국 경제가 세계 경제보다 성장률이 낮았던 경우는 노무현정부 시절 세계 경제가 5.1% 성장하는 호황에도 한국 경제는 4.1%에 머물렀던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당시 노 정부의 저조했던 성장률은 반기업 분배 우선 정책의 결과였다. 이번의 세계 경제성장률을 밑도는 한국 경제의 저성장 지속은 한국 경제의 저성장이 구조적으로 고착화하는 것으로 보여 우려가 크다.
2012년 이후 지속된 반기업 경제민주화 정책으로 투자가 빈사 상태를 지속하고 그 결과 고용 사정이 악화하면서 생계비 사업자금 마련 중심의 가계부채 증가로 가계의 소비 여력이 극도로 위축되고 있다. 최근 수출이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을 중심으로 일부 호조를 보이며 한 가닥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수출이 저조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와 지난해 2분기부터 상승하기 시작한 유가로 인한 석유 제품 수출가액 증가를 고려하면 수출이 기조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판단하긴 이른 감이 있다.
한국은행 등 주요 기관들이 올해 성장률을 2% 중반대로 전망하고 있는 가장 큰 배경은 지난해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했던 수출과 설비투자가 2~3%대 플러스 증가로 반등할 것이라는 데 있다. 그러나 설비투자는 전방위적인 대기업 수사에다 대선을 계기로 쏟아지고 있는 재벌 개혁 등 반기업 공약으로 인해 기업들은 투자계획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雪上加霜) 미국의 통상 환율절상 압력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설득하고 있는 일본·중국과 달리 한국은 정상회담은 생각도 못하고 속수무책 바라보고만 있다.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북핵 등 지정학적 리스크도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하반기 들어 미국의 금리인상이 연속적으로 있는 경우 급격한 자본 유출로 인한 위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좌우·여야를 불문하고 경제는 살려야 한다는 정경분리 원칙 아래 규제혁파, 구조개혁으로 투자를 활성화해야 고용도 안정되고 가계부채도 연착륙된다. 환율 통상압력에도 능동적으로 대응해 위기 예방에 최선을 다해야 정치 위기가 경제 위기로 비화하지 않고 세계 경제 회복에 동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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