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초 단위로 분주하게 움직이는 대권 주자들이지만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다. 30개 이상의 전 세계 분쟁을 전문 취재한 영국의 기자 팀 마셜은 ‘지리의 힘’(2015년 발간)이다. 그는 이 책에서 지리적 천연 장벽이 없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한국은 강대국의 경유지 역할을 할 수밖에 없음을 지적했다. 또한, “한국민이 해양과 대륙의 연결고리라는 독특한 지리적 특징을 망각할 경우 국가의 운명은 보장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문재인·홍준표·안철수·유승민·심상정 등 5명의 대선 후보는 13일 후보 확정 후 첫 TV 토론에서 북한에 대한 미국의 선제 타격 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놓고 견해차를 드러냈다. 후보들은 미국이 북한에 대해 선제타격을 한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총론 질문에 대체로 막아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했다. 그러나 실제 선제타격이 이뤄졌을 경우 대응책에 대해서는 각론에서 적잖은 차이를 보였다.
문 후보는 “미국 대통령에게 전화해서 우리의 동의 없는 미국의 일방적인 공격은 안 된다며 선제공격을 보류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와튼스쿨 동문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쟁은 절대 안 된다고 얘기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홍 후보는 “만약 선제타격이 이뤄지면 전군 비상경계태세를 내리고 전투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후보는 “선제타격은 북한이 우리에 대한 공격이 임박했을 때 하는 예방적 자위조치다”고 밝혔다. 심 후보는 “어떤 경우에도 한반도 군사행동은 있을 수 없다. 특사를 파견해 한반도 평화 원칙을 설파하겠다”고 주장했다. 요약하면, 대북 선제타격 가상 시나리오에 대해 문·안 후보는 ‘중단 요구’, 홍 후보는 ‘수복작전’, 유 후보는 ‘준비태세’, 심 후보는 ‘특사파견’ 대책을 각각 제시했다. TV 토론에서 엄중한 안보 문제를 시험 답안지 작성하듯이 대답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 후보들의 깊은 내공을 판단하는 것은 어렵다. 다만, 문제 해결의 윤곽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문·안 후보는 미국의 선제타격을 중단시킨다는 입장의 장점은 한반도에 전쟁 가능성을 축소하는 것이다. 다만, 선제타격을 하지 않는다면 6차 핵실험까지 임박한 북핵(北核)과 미사일 위협을 해결할 외교적 해법이 가능한지에 대한 구체적 복안은 명확하지 않다.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에 반대할 경우 북한의 군사적 도발을 억지할 우리의 대응책이 무엇인지도 분명하지 않다. 홍·유 후보는 선제타격에 동의해서 물리적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한다는 입장이다. 북한이 군사적 도발의 레드라인을 넘었기 때문에 무력 사용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지만, 국민의 전쟁 발발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해주지는 못했다. 심 후보의 특사 파견 주장은 사태의 심각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후보들은 제한된 시간 때문인지 전반적으로 북핵 위협을 다소 과소평가했다. 1964년 중국의 핵실험 이후 국경을 맞댄 인도의 대응, 1974년 인도의 핵실험 이후 인접국 파키스탄의 핵 보유를 통한 공포의 균형 정책은 재래식 무기로 대응할 수 없는 핵무기의 가공할 비대칭적 위력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후보들의 안보관을 의심하진 않지만, 제2차 세계대전에서 영국의 국익(國益)을 사수한 윈스턴 처칠 총리처럼 한반도 안보 위기를 타개할 인물이 필요한 시점이다. 작금의 한반도 안보 상황은 지난 1994년 1차 북핵 위기 수준을 훨씬 뛰어넘기 때문이다. 차기 대통령은 명확한 비전과 확고한 안보관으로 일촉즉발의 한반도 위기를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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