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터키 국민투표 51% 찬성 통과

의원내각제 100년만에 막 내려
입법·사법권도 대통령에 집중
최장 2034년까지 재임도 가능

날인없는 투표용지도 유효 처리
야권선 “재검표 요청할것” 반발


터키가 ‘국부(國父)’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의 공화정 수립 후 100년 가까이 이어졌던 의원내각제를 마무리하고, 대통령중심제로 권력구조를 개편하는 개헌안을 통과시켰다. 일각에서는 대통령 권한이 지나치게 막강하다는 점을 들어 200년 만에 사실상 술탄 제도를 부활시킨 결정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16일 아나돌루와 A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치러진 개헌안 국민투표 개표 결과, 찬성이 51.41%로 반대(48.59%)를 2.82%포인트 앞서 개헌안이 통과됐다. 개헌안이 통과됨에 따라 터키 정치구조는 현행 의원내각제에서 대통령제로 바뀌게 된다.

새로운 대통령제 정부는 2019년 11월 대선과 총선 이후 들어서게 된다. 이번 개헌으로 지난 1808년 술탄의 권력에 제한을 가하며 시작됐던 터키 민주주의 역사는 큰 변화를 겪게 됐다. 특히 국부 아타튀르크가 1923년 공화국을 수립하면서 도입한 의원내각제는 개헌안 통과로 막을 내렸다.

개헌안은 대통령에게 행정과 입법, 사법에서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어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장기 1인 집권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통령제 도입에 따라 총리직은 사라진다. 대신 대통령이 한 명 또는 여러 명의 부통령을 임명할 수 있으며, 장관 및 고위 공무원 임명권을 갖게 된다. 대통령은 또 법률에 준하는 효력을 갖는 행정명령을 발표할 수 있다. 대통령은 조기 총선과 조기 대선을 시행할 수 있는 권한도 갖게 된다. 아울러 터키 최고 법원 임면 등 판·검사 인사를 할 수 있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는 5년이며 대선과 총선은 같은 날 치러진다. 대통령은 1회 중임이 허용되지만 국회 동의를 얻을 경우 조기 대선·총선을 통해 한 번 더 출마가 가능하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중임 조항에 따라 2029년까지 집권이 가능하며, 임기 만료 직전 조기 대선·총선을 시행할 경우 2034년까지도 재임할 수 있다.

이러한 개헌안 내용 때문에 터키 국내외에서 우려와 반발이 나오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술탄 체제를 무너뜨리고 공화정으로 바꿨는데 과거로 되돌아가자는 것이냐”는 개헌 반대 투표자의 말을 전했다. 공화인민당 등 야당은 선관위가 날인이 없는 투표 용지를 유효 처리하기로 한 것에 반발하며 전체 투표용지 60%에 대한 재검표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터키 정부가 찬반 격차가 적었던 투표 결과와 개헌이 가져올 여파를 고려해 국민적 합의하에 (개정안을) 시행하기를 요청한다”며 “터키가 유럽 의회의 우려와 권고를 고려해 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투표 결과가 나온 뒤 “200년 동안 갈등을 불러온 통치 체제 문제를 해결한 역사적 결정”이라며 “찬성표와 반대표를 던진 모든 터키인의 승리”라고 밝혔다. 그는 또 “개표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헛수고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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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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