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천 서울대 교수 ‘일상_의 Ordinary’展
예술은 소수의 작가에 의해 생산된 특별한 것이라는 엘리트주의적 ‘예술관’에 대해 ‘일상이 예술’이라는 반성적 메시지를 던져온 윤동천(서양화과) 서울대 미대 교수의 기획초대전 ‘일상_의 Ordinary’가 금호미술관 전관에서 5월 14일까지 열린다.
미술관 1층에 ‘위대한 퍼포먼스’라는 제목으로 전시된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1001마리 소떼 방북 사진도 윤 교수가 일관되게 주장해온 자신의 예술관을 반영한다.
“소떼 방북은 어떤 예술 작품 못잖게 깊은 울림을 주는 사건이었어요. 독창적이었고요. 누가 이전에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겠어요. 예술 장르로 보자면 관객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한편의 위대한 퍼포먼스였습니다. 그래서 예술의 맥락에서 당시 일어났던 일을 보고 싶었어요.”
1998년 촬영된 소떼 방북 사진 외에도 1층에는 1987년의 4∼6월 항쟁, 1993년 발생한 태안반도 기름유출 사건, 2015년 이산가족상봉 등 ‘예술보다 더 예술’ 같은 일상의 순간들을 담아낸 8점의 사진과 촛불집회를 호주 원주민풍의 회화기법을 차용해 캔버스에 아크릴로 표현한 회화 작품 2점이 전시돼 있다.
윤 교수는 금호미술관 전관에 전시된 회화 6점, 사진 117점, 드로잉 61점 등 모두 200여 점의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을 통해 줄기차게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허문다. 이러한 작품들을 통해 윤 교수는 일상과의 분리를 주장하며 본연의 자율성을 강조했던 기존의 예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예술의 참된 의미를 되묻는다.
그는 “나의 이상 즉 예술의 좋은 가치를 일상에서도 모두 공유하는 시대가 오면 아티스트라는 직업도, 미술관이라는 공간도 필요 없어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시장 3층에는 ‘서울은 만원이다’와 ‘서로 기대다’처럼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사용되는 사물로 만든 입체 작품이 전시돼 있다. 숟가락, 철사 등을 활용한 작품들로 ‘이것이 바로’ ‘공사장 부기우기’ 등의 제목을 달고 있다.
2층은 회화작품처럼 꾸며져 있지만 그림의 소재는 헌 양말, 구겨진 천, 마구 뒤엉킨 고무줄처럼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물이다. 지하 1층에서는 경기 양평에 있는 작가의 작업실을 촬영한 흑백사진들과 본인이 60여 명을 대상으로 감동적인 순간, 힘들었던 순간, 일하는 이유를 질문한 뒤 받은 답변을 편집한 동영상 ‘질문 세 가지’를 감상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모범사례-일반인의 그림’이나 유튜브 동영상 등 다른 사람의 제작물도 눈길을 끈다. ‘일반인의 그림’은 누구나 예술의 생산자가 될 수 있다는 제안이고, 유튜브 동영상은 이미 일상 속에서 예술가가 아닌 일반인들이 이뤄낸 예술적 성취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일상이 예술이었어요. 따로 미술관을 갈 필요 없이 집에 서화작품인 족자나 병풍을 두었고요. 과거시험에서도 시제를 주고 시의 내용과 글씨의 조형미가 뛰어난 예술가를 관리로 뽑았지요. 예술이 특별한 어떤 것이 아니라 바른 사람이 되기 위해 누구나 갈고 닦아야 하는 궤적이었어요. 어떻게 보면 내 주장도 우리 본래의 예술관을 회복하자는 것과 같은 말입니다.”
이경택 기자 kt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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