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권 정치부 부장

19대 대통령을 뽑는 ‘5·9’ 대통령 선거 공식선거운동이 17일 시작됐다. 유권자는 22일 후 투표에 나서지만, 이번 선거는 역대 대선과 여러 면에서 달라 후보 선택 기준도 다를 수밖에 없다. 이번 대선은 심판할 현직 대통령도, 정부도 없는 선거여서 대선 때마다 핵심 쟁점이 됐던 정권 심판론이 힘을 쓰기 어렵게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과 구속은 보수층 붕괴를 낳았고, 이는 보수층의 전통 기반인 영남권의 결속력을 떨어뜨렸다. ‘보수 대 진보’란 이념적 대결도 ,‘영남 대 호남’이란 지역 구도도 희미해졌다. 보수 진영 후보들의 저조한 지지율과 낮은 승리 가능성은 그동안 기호만 보고 믿고 찍었던 보수층 유권자에게 ‘좀 더 덜 나쁜’ 다른 계열 후보를 골라야 한다는 낯선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간 ‘야야 대결’의 양강 구도는 한 후보에게 90%가 넘는 지지를 몰아주는 전략적 투표를 해온 호남권 유권자에게도 고민을 던져주고 있다.

촛불집회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은 대한민국을 재창조하라는 변혁의 요구가 폭발한 것이다. 이번 대선은 이 같은 요구의 결과물이자, 새로운 답을 내놓아야 할 시험대다. 대선 조건이 바뀌고 시대적 요구가 달라지면 선택 기준도 바뀌어야 한다. 우선 이번 선거에선 유권자 ‘개인’을 중심에 놓고 후보를 선택하는 이기적 투표를 했으면 한다. 그렇다고 포퓰리즘 정책을 내놓는 후보에게 표를 주라는 것은 아니다. 경기 침체, 청년 실업,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 등 유권자 개인이 겪는 힘든 현실을 가장 잘 알고, 이를 해결할 능력과 비전을 가진 후보를 택하라는 것이다. 후보 됨됨이는 살펴보지 않고 보수니까, 진보니까, 영남이니까, 호남이니까 무조건 안 된다는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라는 거다. 미워해서 반대 후보를 뽑는 증오 투표가 아니라 좋아서 찍는 선택 투표를 해야 한다. 사랑해야 책임도 진다.

다음으로 공약을 꼼꼼히 보고 골라야 한다. 겉만 번지르르한 정책을 내놓은 후보를 선출한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우리는 경험하지 않았던가.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후보들은 ‘묻지 마’식으로 공약을 마구 쏟아내고 서로의 좋은 공약을 베끼는 데 열중한다. 이럴 때 좋은 후보를 판별하는 방법이 있다. 공약의 우선순위를 따져보는 것이다. 어느 공약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지, 어떤 공약을 먼저 발표했는지 따져 보면 가짜 공약과 베끼기 공약을 낸 후보가 누군지 구별할 수 있다. 17일부터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 게재되는 각 후보자의 10대 공약을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선거에서 승리한 측이 정권을 잡은 뒤 공약을 제대로 집행하는지, 공약을 이행하지 않을 때 책임을 묻기 위해서라도 공약 검증은 필수 사항이다.

마지막으로, 역대 최다인 15명의 후보자 가운데 일부는 레이스를 완주하지 않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반문(반문재인) 연대, 보수 후보 단일화 압박과 유랑하는 보수층의 선택, 득표율 미달에 따른 선거보조금 미지급 등 대선판을 흔들 변수가 남아 있다. 현재 지지 후보 대신 다른 후보를 택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대체 카드’를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

ybk@
유병권

유병권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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