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택(왼쪽부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김대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서현진 성신여대 사회교육학과 교수가 지난 14일 중앙선관위 회의실에서 정책 선거를 주제로 토론을 벌이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강원택(왼쪽부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김대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서현진 성신여대 사회교육학과 교수가 지난 14일 중앙선관위 회의실에서 정책 선거를 주제로 토론을 벌이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책선거’ 긴급 토론회

참석자 : 강원택 서울대 교수, 서현진 성신여대 교수 김대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진행 : 유병권 정치부 부장


17일부터 22일간의 19대 대통령 선거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가운데 각 후보의 네거티브 선거전이 가열되면서 정책선거 실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4일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서현진 성신여대 사회교육학과 교수, 김대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 등을 초청해 정책 선거를 주제로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한목소리로 “선거 기간이 짧은 이번 대선에선 네거티브와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릴 것”이라며 “이념, 지역 등 진영 논리가 약해진 이번 대선은 후보들이 정책 대결을 펼치는 정책 선거가 정착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는 문화일보 정치부 유병권 부장의 사회로 중앙선관위에서 1시간 30분가량 진행됐다.

△유병권 부장=‘5·9’ 대선의 의미와 중요성에 관해 말씀해 주셨으면 좋겠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이번 대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됨에 따라 당초 예정됐던 12월보다 7개월가량 앞당겨 치러지는 조기 대선이다. 준비가 부족한 선거다. 유권자가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후보의 정책 공약 등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후보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촛불집회와 대통령 탄핵에서 나타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국민의 목소리를 정치적 결과로 만들어 내야 한다.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선거다.

△김대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에서 진행되는 선거이기 때문에 선거가 끝난 뒤 결과에 승복하고 국민이 화합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대선이 갈등의 씨앗이 아니라 사회 통합기능을 발휘하는 계기가 되도록 선거 관리는 물론 유권자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서현진 성신여대 교수=국민은 이번 대선을 통해 권위주의 시대와 안녕 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대한민국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선거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국민의 경우 새집으로 이사 가고 싶어 하는데, 후보자들은 이 집에서 가구만 바꾼다든지 벽지만 새로 바른다든지 그런 수준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유 부장=대선 후보자에 대한 보다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강 교수= 지금의 선거법은 1958년에 개정된 것이다. 그때 진보당 사건이 나고 자유당과 민주당이라는 보수 양당 체제가 출현하면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1920년대의 일본 보통선거법을 들여와 만든 법이다. 대단히 시대착오적인 것이다. 학회와 전문가의 개정 요구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중앙선관위도 전향적으로 개정하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후보 자질 검증 강화와 정책 선거를 위해서는 선거법에 담긴 구시대적인 조항들이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서 교수=이번 대선을 통해 ‘톱 다운’(하향식) 방식의 정치가 ‘보텀 업’(상향식)으로 바뀌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유권자들이 정책의 수용자가 아니라 정책을 만들어 후보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이번 대선은 기간이 촉박하지만, SNS 등이 잘 갖춰져 있기에 유권자가 정책 만들기에 참여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본다.

△김 사무총장=제도상 한계 때문에 이번 대선을 그냥 지나가야 하느냐, 그건 아니다. 이번 대선이 정책 선거를 정착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학계, 언론사, 시민단체 등과 정책선거 네트워크를 구성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서 교수=토론회 횟수와 형식도 중요하지만, 국민이 함께하는 국민 참여 토론회가 돼야 한다. 토론회에 가 보면 후보자끼리 얘기하고, 토론회에 참가한 유권자에게 형식적인 질문을 받는다. 얼마 전 TV에서 국회의원과 유권자가 정책을 함께 만드는 프로그램을 방영한 적이 있었다. 정치인이 국민과 접촉해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파악해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강 교수=보수와 진보가 각각 분열된 이번 대선은 진영 논리가 크게 위력을 발휘하지 않은 선거로, 정책 선거가 자리 잡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대선 기간이 짧아 후보들의 준비가 부족해 표만 생각하는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릴 수 있는 선거이기도 하다. 후보가 얼마나 정책을 연구하고 공부했는지, 그 정책에 대한 철학과 비전은 어떤 건지 잘 따져 봐야 한다.

△김 사무총장=정책선거가 선거의 핵심이다. 그동안 학회와 시민단체, 전문가들과 토론을 거쳐 정책 선거를 활성화하는 개정 의견을 많이 제출했지만, 많은 부분 입법화에 성공하지 못했다. 언론기관이 정책 공약을 평가해 후보를 서열화하거나 30억 원 이상의 예산이 드는 정책 공약 시 비용 추계를 의무화하는 개정안을 마련했지만,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킬 수 없는 ‘헛공약’은 선거에 승리하더라도 결국 정권의 발목을 잡고 국가재정을 위태롭게 만든다. 영국은 선거 때 각 정당이 정책 공약을 제시할 때 정책 달성에 드는 예산 및 재원조달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호주는 의회예산처(PBO)가 정책 비용 추계를 지원하고 있으며 각 정당은 선거 전날까지 선거 이후 추진할 모든 정책 목록을 PBO에 제출해야 한다. 네덜란드도 정당과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이기 위해 정책 재정비용 추계가 정착돼 있다.

△유 부장=이전 대선과 비교하면 정책 대결이 부족한 것 아닌가.

△서 교수=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정당 산하 정책연구소가 좋은 정책을 만들어야 하는데, 제 역할을 못 하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를 치르다 보니, 지키지도 못할 정책을 내놓거나 안 지켜도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아 국민 불신만 높아지고 있다.

△김 사무총장=중앙선관위에서 정당에 지급하는 국고보조금의 30% 이상을 정책 개발에 사용하게 돼 있다. 하지만 일부 정당은 정책개발비를 지급한 뒤 중앙당에서 다시 빌리는 형식으로 도로 가져가는 편법을 쓰기도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중앙선관위에서 직접 정책연구소에 자금을 지급하고, 공약개발 및 이행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받는 개정 의견을 냈지만, 아직 처리되지 않고 있다.

△강 교수=선거일까지 후보들이 표가 될만한 모든 공약을 다 제시할 것이다. 공약도 비슷비슷할 거다. 이번 대선은 지지율 1, 2등 후보가 이념적으로 비슷해 차별성이 더욱 줄어든 상황이다. 후보가 어떤 공약을 우선순위에 놓고 있는지, 정말 비전을 가졌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따져 선택하는 것이 실수를 줄이는 길이 된다.

△김 사무총장=유권자들이 후보자 정보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선거공보물이 배달돼도 뜯어보지도 않고 버리는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

△유 부장=정치 무관심이나 희화화가 민주주의 성장을 막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강 교수=촛불집회 안에는 정치를 바꾸자는 강력한 요구가 있다고 생각한다. 좀 더 나아가 개헌에 대한 열망도 포함돼 있다고 본다. 시간이 부족하고, 후보 간 이해관계도 달라 대선 전에는 합의 도출이 어렵겠지만 대선 이후 개헌과 정치개혁에 대한 폭넓은 공론화 작업이 필요하다.

△서 교수=선거운동 문화도 국민 공감형으로 바뀌었으면 한다. 어깨띠를 두르고 명함을 나눠주며 시장을 돌거나 유세 차량을 타고 소리치는 과거 방식이 아니라 국민과 밀착하는 방식의 선거운동이 벌어졌으면 좋겠다. 선거운동을 보면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여의도라는 외딴 섬에 고립된 사람들 같다. 최근 정치인이 참여하는 토크 콘서트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 본질적인 내용은 없고, 쇼처럼 예능화돼 버렸다.

△김 사무총장=그렇다.정치인들이 방송에 나와 예능으로만 흐르는 경우가 있다. 이미지 선거와 네거티브 선거는 정책선거를 가로막는다.

△강 교수=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네거티브 선거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선거판이 진흙탕 싸움으로 변하면 선거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는 국민이 있게 마련이다. 이번 대선은 우리 사회를 미래지향적으로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후보자의 비전과 철학은 정책 공약을 통해 나타나는 만큼 정책 선거가 중요하다.

△김 사무총장=정책 선거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후보자와 정당은 우리나라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정책을 놓고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가리고, 유권자는 이것을 보고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 중앙선관위 슬로건이 ‘아름다운 선거, 행복한 대한민국’이다. 이번 대선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축제가 됐으면 한다. 헌법상 독립기관인 선관위가 공정하고 엄중하게 선거를 관리해 선거의 주된 기능인 사회통합을 이끌고 국가 미래에 기여하는 계기를 만들어 가도록 하겠다.

정리=김윤희 기자 wo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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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권

유병권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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