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 같은 ‘위안’은 이제 유효기간이 다한 듯하다. 중국이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반발하며 쇼비니즘적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사 직후 복도에서 노부부와 마주쳤다. “언제 이사 왔느냐”면서 친절하게 말을 걸던 이들은 “그 집에 한국인이 살았는데 이제 한국인들은 많이 빠져나가는 것 같다, 그렇지 않으냐?”고 물었다. “저도 한국인”이라고 했더니 갑자기 말문이 막히더니 그다음부터는 눈도 안 마주치고 가버렸다.
그전까지는 베이징에서 생활하며 중국인으로 오해를 받은 적이 많은데 대체로 손해를 보는 쪽이었다. 중국인들은 대개 중국어를 못하고 그 대신 영어를 쓰며 외모에서 ‘외국인 티’가 나는 이방인들에게 친절하다. 특히 백인이 혀 꼬부라지는 소리로 ‘니 하오’ 한마디만 해도 만면에 웃음꽃을 활짝 피우며 친절을 베푼다.
그런데 최근 중국 당국이 ‘서양인’들에게 친절한 중국인들에게 ‘스파이 주의보’를 내렸다. 베이징시는 최근 간첩 검거에 도움을 준 시민에게 최대 50만 위안(약 8264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공민 간첩 행위 신고 장려 조례’ 시행에 들어갔다. 한 외신 기자는 지난 1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중국이여, 나는 백인이지 스파이가 아니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자신을 처음 보는 중국인들은 미소를 띠고 호의적이지만 ‘기자’라고 직업을 밝히면 곧 “그럼 외국 간첩이구나”라는 답을 듣는다면서 당혹감을 전했다.
중국 내에서 한국인은 ‘인종차별’의 안전지대였으며 오히려 중국 내의 ‘인종차별’은 서양인에 대해 중국인 자신을 차별하는 것이었으나 이제는 외국인에 대한 경계심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 주재 한국총영사관은 최근 교민들에게 눈에 띄는 행동을 하지 말 것 등을 당부하고 있다. 이제는 한국인이라고 해도 “조선족이구나”라고 알아듣는 중국인들에게 굳이 설명하지 않을 셈이다. 베이징 =
박세영 특파원 go@munhwa.com
주요뉴스
시리즈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