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강흠 연세대 교수 경영학

국가 지도자라면 모름지기 백년대계를 내다보고 국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 선거를 앞에 두면 근시안적 목표를 세워 유권자를 유혹하는 자극적인 수치들을 내놓는다.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거나 재정 부담을 키우는 무책임한 공약들에 추가해 주요 후보 5명 모두가 최저임금 1만 원을 내걸었다. 달성 시점만 2020년과 2022년으로 다를 뿐이다.

최저임금 1만 원은 재원 조달을 걱정해야 하는 다른 복지 정책과 달리 민간이 모든 부담을 떠안아야 하니 주저함이 없다. 최저임금 1만 원이 취약계층 모두의 생활 수준을 향상시켜 양극화를 해소하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정책이라고 생각한다면 순진함도 지나치다.

사업자가 시장 지배력이 있다면 임금 상승은 가격에 전가돼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것이다. 적당한 인플레이션은 소비를 자극해 경제성장을 이루지만, 생산성 향상과 괴리된 급격한 임금 상승이 물가를 압박하면 실질임금은 오히려 줄게 된다. 게다가 급격한 물가 상승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심을 키워 경기를 더욱 위축시킨다. 노동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배분되는 것도 경제성장률에는 적신호다.

인건비 상승을 그대로 떠안아야 하는 영세한 사업자는 자구책으로 무리해서 고용인을 줄이거나 자판기 같은 기계로 대체해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다. 중소기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1만 원이 되면 약 24만~51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보고도 있다. 그래도 안 되면 아예 사업을 포기할 것이다. 영세 자영업자가 차라리 폐업하고 시급 1만 원을 받고 일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해도 일자리 경쟁이 심해져서 그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최저임금을 준수하지 않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최저임금제를 지키지 않는 선에서 영세 자영업자와 취업자들이 타협하며 규정 위반을 양산할 것이다. 지금도 미준수율이 12%나 되는데 최저임금이 급등하면 미준수율도 덩달아 높아질 것이다. 관리되지 않는 규정은 도입 취지에 맞는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1만 원의 최저임금 규정은 있되 그보다 적게 받거나 그마저 아예 못 받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다.

지나친 최저임금의 피해자는 침체 속에 허덕이는 영세 사업자와 여성·청년·고령자 등 노동 약자들이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취약계층 간의 빈부 격차가 더 커진다. 과다한 최저임금은 임금피크제로 고령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하면서까지 고용을 보장받으려는 시대에 역행하는 발상이다. 지금은 임금이 적더라도 더 많은 사람이 일할 수 있게 해야 할 때다.

최저임금은 최근 10년 동안에도 연간 6~7%씩 꾸준히 올랐다. 최저임금 1만 원의 문제는 짧은 기간에 가파르게 오른다는 것이다. 지금의 최저 임금 6470원에서 1만 원은 연평균 인상률이 2020년까지는 15.7%, 2022년까지는 9.2%로 현재 1%대의 물가상승률과 예금금리, 2%대의 낮은 경제성장률을 고려하면 상승 폭이 너무 크다. 모든 경제적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시급 1만 원도 적은 편인데 취약계층에게 너무 매몰차다는 반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위적인 무리한 인상은 소득 불균형을 해소하지도 못하면서 경제·사회적으로 많은 문제를 촉발한다. 최저임금 인상이 생산성의 증가에 맞춰 적정하게 이뤄지도록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하다. 높은 최저임금 수준이 절실한 국정 과제라면 경제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을 먼저 내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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