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열자마자 눈길을 붙잡았던 저자의 ‘여는 글’ 속 문장 하나.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은 매일 성적을 고민하고, 사랑에 빠져있는 연인들은 상대방에 대한 생각을 하루도 쉬지 않는 것처럼, 천문학자들도 하루 종일 우주에 대한 생각을 멈추지 않는다.” 아, 하루 종일 우주를 생각하며 사는 삶이라니….
이 책을 쓴 저자, 그러니까 하루 종일 우주를 생각하며 산다는 머리말을 쓴 이는 뜻밖에 대학원생이다. 연세대 은하진화연구센터에서 은하를 연구한다. ‘뜻밖’이라고 한 건, 한 분야의 대가쯤 돼야 책을 펴내든 강연을 하든 대중 앞에서 제 얘기를 할 자격이 있다고 믿는 한국 분위기에서 보면 그렇다는 얘기다. 올해 나이 스물다섯의 저자는 지난해 천문학 책을 낸 지 불과 6개월 만에 이 책을 또 냈다. 책의 행간에서는 저자가 대중들에게 천문학을 쉽게 설명해 주고 소통하는 과학자를 꿈꾸고 있음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다시 처음의 문장으로 되돌아 가보자. 그가 말한 ‘종일 우주를 생각한다’는 건 이런 식이다. 날씨 좋은 날 공원에 누워 등으로 거대한 행성 그러니까 지구의 곡률을 느낀다. 눈 앞에 펼쳐진 우주는 물론이거니와 등 뒤의 행성(역시 지구다) 너머로 펼쳐진 또 다른 반대편 우주를 상상한다. 저자는 이런 순간의 느낌을 ‘우주선에 올라탄 부유감 같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감동이나 울림을 다른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저자의 마음이 잇단 책 출간으로 이어졌으리라.
이 책은 매일 뜨는 해에서 감상 대신 ‘1억5000만㎞의 거리’를 먼저 떠올리고, 커피 위에 그려진 라테 아트를 은하의 나선팔로 상상하는 천문학자의 우주여행 안내서다. 저자는 자전거 타기, 극장의 명당자리 등 일상의 소재를 가져와 우주의 개념을 설명하려 애쓴다. 서울 지하철 왕십리역을 우주의 목성으로 비유하기도 하고, 야구장에서 투수의 광속구를 스위스 유럽 입자물리연구소의 강입자가속기에 빗대기도 한다. 책의 내용을 아침, 낮, 저녁, 밤 등 4개로 나누고 이에 맞춰 글의 순서와 내용을 배열한 것도 ‘쉽고 재미있게’란 생각 때문이었으리라.
저자가 낙담할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책장은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낯선 용어부터 복잡한 수식, 양성자 따위를 그린 그림이며 별의 분포지도를 읽어내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다. 그러나 그건 서술방식이나 구성의 문제라기보다는 책을 읽는 속도의 문제에 가깝다. 책장을 넘기는 속도를 늦추기만 하면 우주의 이야기들이 제법 흥미진진하게 다가온다. 천문학자들이 이뤄놓은 다양한 업적부터 최신의 연구성과까지 두루 담겨있는 책을 읽다 보면 ‘우주에 대해서 얼마나 모르고 있었는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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