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나무 이름에 풀이름인 ‘나리’가 쓰이고, 또한 나무 이름이 풀이름인 ‘개나리(들에 저절로 나는 나리)’와 같으니 좀 이상하다. 나무 이름과 풀이름이 같아진 데에는 무슨 까닭이 있어 보인다.
나무로서의 개나리는 본래부터 그와 같은 이름으로 불린 것은 아니다. 이 나무는 본래 ‘어어리나모’라 불렸다. 어어리나모가 전통 의서(醫書)인 동의보감(1613년)에 나오는 것을 보면 이 단어의 역사가 상당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어어리나모는 현대국어에 ‘어아리나무’로 이어졌으나 현재 표준어는 아니다.
풀이름 개나리는 ‘나리’에 접두사 ‘개-’를 결합한 어형이다. 들판에 자생하는 흔한 나리여서 ‘나리’에 ‘개-’를 붙여 그렇게 명명한 것이다. 풀이름 개나리는 15세기 문헌에도 등장하는 아주 유서 깊은 단어다. 반면 나무 이름으로서의 개나리는 18세기 후반 문헌부터 보이기 시작한다. 일부 식물학자는 나무 이름 개나리를 일제 식민사관의 부산물로 설명하기도 하나 이 단어의 출현 시기를 고려할 때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
나무 이름 개나리는 풀이름 개나리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 노랗게 핀 개나리의 꽃 모양이 들풀의 하나인 개나리의 그것과 흡사하여 ‘개나리나모’(→개나리나무)라 부르다가 ‘나모’를 생략하고 개나리라 부른 것이 아닌가 한다.
개나리나모 또는 개나리가 등장한 후 어어리나모의 세력은 위축돼 결국 서울말에서 밀려났다. 이렇게 하여 귀한 향명(鄕名) 하나가 우리 기억에서 사라졌다. 언어에도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일이 종종 있는 모양이다.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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