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재함 무대설치 車관리법 어겨
사람타고 이동 도로교통법 위반
다쳐도 보험적용 안돼 안전 불감

文·安 유세차량 잇단 사고에도
선관위 “조항 없어 제재 못해”
경찰 “단속지시 받은 적 없어”


5·9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선거전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1t 트럭을 불법으로 개조해 유세 차량을 만들고, 움직이는 차에 서서 선거운동을 하는 등 위법이 판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관련 기관들도 불법이라는 사실을 모르거나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온 관행이라며 묵인하고 있는 실정이다. 선거때마다 유세 차량이 ‘거리의 무법자’가 되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

화물 트럭을 개조하기 위해서는 자동차관리법 제34조에 따라 교통안전공단의 튜닝 승인을 받아야 한다. 같은 법 시행규칙 55조에 따르면 ‘튜닝 전보다 성능 또는 안전도가 저하될 우려가 있는 경우’ 승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런데 선거 유세 차량은 보통 1t 트럭 적재함을 개조해 전광판과 스피커 등을 장착한다. 무대 형태로 만들다 보니 대개 연설자나 선거 운동원이 편리하게 오르고 내릴 수 있도록 차량 적재함 후면과 연설대의 정면이 되는 적재함 좌측이 개방돼 있다.

이렇게 개조하면 안전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승인이 나지 않는다는 게 교통안전공단 관계자의 설명이다.

교통안전공단 검사기준처 관계자는 21일 “화물트럭 적재함을 사람을 태우는 용도로 개조하는 경우 승인해 주지 않는다”며 “대부분 유세 차량이 불법 개조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동홍보 등을 목적으로 하는 홍보 전용 차량이 있지만 가격이 1억∼3억 원”이라며 “선거운동 기간도 짧은데 값비싼 차량을 구매하기보다는 대개 1t 화물트럭을 불법 개조해 쓴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이동 홍보를 목적으로 제작된 차량은 차량 번호가 98이나 99 등 90번대 숫자로 시작하지만 문화일보 취재진이 20일 서울 마포·서대문·성동구 일대에서 유세 차량을 살펴본 결과, 90번대 차량은 발견하지 못했다. 관련 기관의 판단도 제각각이다. 한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는 “유세 차량은 대부분 튜닝 승인을 받은 걸로 안다”고 말했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오히려 “유세 차량도 트럭 개조에 해당하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선거운동원들이 이동 중인 유세 차량의 적재함에 올라타 선거운동을 하는 것도 불법이다. 도로교통법 제49조는 자동차의 화물 적재함에 사람을 태우고 운행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유세 차량 운전자도 이를 알고 있었다.

한 유세 차량 운전자는 “선거운동원 4∼5명이 적재함에 서서 후보 기호를 외치면서 이동할 때가 있다”며 “적재함에 사람이 타는 자체가 불법이라 사고가 나서 다쳐도 보험 적용이 안 된다”고 말했다. 실제 유세 차량으로 인한 사고도 발생했다. 지난 16일 경기 양평군 국도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유세 차량과 오토바이가 부딪쳐 오토바이 운전자 B(36) 씨가 숨졌고, 17일에는 전남 순천시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유세 차량이 지하차도를 통과하던 중 윗부분이 천장에 부딪혔다.

선관위와 경찰은 불법 유세 차량 단속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단속하라는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며 “관행처럼 여겨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공직선거법에 트럭 개조나 이동 중 차량 유세와 관련된 조항이 없어 우리가 제재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박효목 기자 soarup6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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